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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당, '대구경북이 더 이상 안방 아니다'는 민심 새겨야

대구경북은 이제 자유한국당과 헤어질 준비를 하는 듯한 분위기다. 지역민은 지금까지 한국당에 꾸준한 지지와 성원을 보냈건만, 되돌아온 것은 무성의한 반응과 한심한 작태뿐이었다. 그 정도에 그쳤다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달라고 해놓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금세 지역민의 마음을 저버리길 반복해왔다. 지역민이 한국당에 애정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매일신문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지역민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대구는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으로 한국당에 앞서기 시작했으니 일대 사건이다. 경북은 한국당이 민주당에 비해 6.8%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국당 권영진 현 대구시장을 지지율에서 두 배 가까이 앞서고 있고, 다른 후보와의 맞대결에도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지사 지지율 조사에서도 상대적으로 무명인 오중기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한국당 후보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새삼 달라진 민심이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대구경북을 두고 '보수의 심장'이니 '수구 세력의 텃밭'이니 하는 표현을 삼가야 할 상황이다. 결코 민주당이 잘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어서 더욱 씁쓸하다. 한국당이 지난해 촛불시위 이후 헛발질과 악수를 거듭한 결과물인 만큼 자업자득이다. 지역민은 한국당이 보수진영을 재건하고 새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싸움질만 일삼다가 이제는 홍준표 대표의 잘못된 리더십에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어찌 신뢰하겠는가.

어떤 명분과 대의가 있기에 홍준표 대표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에 내려오고, 강효상 의원이 달서병에 지원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지역민의 여론과 정서를 무시하면서 지지를 바라는 것은 정말 염치없는 짓이다.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한국당이 대구경북과 헤어지지 않을 기회는 단 한 번 남아 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성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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