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민기가 1971년에 발표한 노래 '아침 이슬'은 민주화의 중요한 순간마다 사람들에게 불리며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를 자세히 뜯어보면 민주화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 노래 가사의 흐름을 짚어 보면 고뇌에 찬 '긴 밤'을 보낸 화자는 현재 '아침 이슬'이 맺힌 풍경을 차분히 바라본다. 그러면서 '묘지'와 같은 곳에 태양이 떠오르면서 올 '한낮의 찌는 더위'와 같은 예정된 시련을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전까지와 달리 '저 거친 광야'에 '이제' 당당히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가사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마지막에는 아주 비장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 노래의 원래 의도는 윤동주 시인의 시들처럼 혹독한 시대를 사는 나약한 지식인의 자기반성, 성찰, 그리고 다짐을 담은 것이다. 이 노래는 원래 B면 두 번째 곡으로 수록되었는데, 바로 앞에는 '길'이라는 노래가 있다.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이 길뿐이라고… 여러 갈래 길 다시 걸어갈/ 한없이 머나먼 길"이라는 가사는 남들이 옳다고 하지만 내키지 않는 길, 즉 적당히 세상과 타협해서 안락하게 사는 길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험한 길 사이에서 생각하는 젊은이의 고뇌가 들어 있다. 이는 '아침 이슬'로 이어지면서 고뇌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고뇌하는 한 젊은이의 모습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모두에게 불리면서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고 생각했던 그 다짐들이 모여 결국 우리 사회를 예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민주적인 사회로 만들었다. 이처럼 노래 가사는 때로는 시대의 정신이 될 수도 있는 큰 울림을 가지고 있다.
지난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들이 많았지만 내가 제일 인상적으로 보았던 것 중 하나는 대통령이 퇴장할 때 들려오던 노래였다. 그 노래는 김광석이 작사 작곡을 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다. 그 노래 가사 중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새로운 꿈이 있는 도전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그곳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하는 곳이고, '아침 이슬'처럼 힘겨운 과정이 있는 길이다. 그렇지만 현실에 머물지 않고 기꺼이 가려 한다는 것은 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통령의 배경으로 그런 노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아직 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