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1월 17일, 울릉도에 폭설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 도동항에서 섬 북쪽 오지마을 천부로 향하던 만덕호엔 주민 5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지금은 일주도로가 뚫렸지만 당시엔 눈 쌓인 산길을 빼면 배는 유일한 교통편이었다.
만덕호엔 천부초등학교 이경종 교사도 있었다. 6학년 담임이던 이 교사는 학비가 없어 중학교 입학을 포기하려는 두 제자의 등록금을 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이날 천부 앞바다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높고 거칠었다. 6t 남짓한 만덕호는 선착장을 눈앞에 두고 몇 차례 파도를 맞고선 전복됐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다로 흩어졌고 30여 명이 숨졌다. 학창 시절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이 교사는 무사히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허우적대는 두 제자를 보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 교사와 아이들은 며칠 뒤 근처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교사가 근무했던 천부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엔 조그만 추모비가 세워졌다.
'고(故) 이경종 선생 42주기 추모식'이 17일 오전 이곳에서 열렸다. 울릉군 내 교사와 교직원, 주민 등 4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먼저 고인을 향해 묵념을 올렸다. 천향숙 교감의 '이경종 교사 약력 소개', 학생대표 정대한 군의 '순직비문 낭독'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추모비 앞에 차려진 제단에 새하얀 국화를 올렸다. 이 학교 강대일 교장은 추모사를 통해 "제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던진 선생의 숭고한 마음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사를 향한 마지막 의식이었다. 이날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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