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마땅히, 당연히 그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칸트의 철학처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가치, 이해관계, 이익을 떠나 지켜져야 할 절대적인 것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들이 지켜지기에는 세상이 녹록지 않다. 그렇기에 옳은 것을 향한 목소리는 더없이 소중하며, 세상을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힘이다.
최근 포항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주최한 페미니즘 강연을 '동성애 조장' 강연으로 규정하고 주최 및 참가 학생 일부에게 사건 진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기사에 따르면 학생처장은 전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특강인 듯 선전되었지만, 염려대로 동성애 내용이 가득한 모임이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과연 옳은 것이란 무엇인가. 성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즘 강연이, 여성으로서 겪어온 부당함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성(性)의 외침이 잘못된 것인가. 설사 이것이 잘못됐다고 여길지라도, 잘못된 모든 것들에 대해 인간의 존엄은 무시받아 마땅한 것인가.
현 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수많은 목소리가 있다. 그중 불평등과 소외에 관한 목소리는 사회구조의 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더 많은 사람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바탕이다. 다름을 떠나 틀림의 잣대를 들먹여 소중한 목소리를 짓밟는다면, 당신들이 생각하는 바는 더 이상 옳음이 될 수 없다.
지난 3년간 학보사 기자로 펜을 잡으며 자신과 다름을 존중치 못해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을 겪었다.
상대적으로 돈도, 명예도, 배운 것도 없다는 이유로 한 사람이 살아온 생이 폄하되기도 했으며, 같은 구성원이 내는 목소리가 사무 방식에 맞지 않는 것이라 무시당하기도 했다. 다름을 존중치 못하기에 인간이 존중되지 못함은 당연했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기보다 주변의 눈치, 가해자와 싸워나가야 할 막막할 미래에 무너져 내리는 피해자를 봤다. 안전장비의 부재로 불구가 된 노동자를 부주의로 평가해버리는 시선을 봤다.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한 지인이 내 글을 보고는 "솔아 나도 안다. 이게 맞는데, 다 좋은 건데 그런데…"라며 술에 잔뜩 취한 채 여백을 남겼다. 그는 성실한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 아마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왔을 것이다. 그런 당신을 존경하며, 탓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들은 우리가 느끼는 부조리를, 마땅히 그러해야 하기에 외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우리의 목소리를 부정하지 않고, 더 깊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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