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좌뇌'우뇌 고르게 사용
좌뇌형'우뇌형 인간 따로 없어
성별 따른 기능 차이도 속설
경미한 뇌 손상은 회복 가능해
의자에 앉자마자 욕설이 날아와 뒤통수를 후려쳤다. 벌떡 일어나 화를 내야겠지만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국밥을 내려놓으시며 구수하게 욕을 하시는 욕쟁이 할머니에게서 정감이 느껴졌다. 이성적으로 보면 분명 내게 욕을 하고 있지만 감성적으로는 따뜻한 정을 한 아름 안겨주시는 것이다. 우리 뇌는 이성적으로 작동하다가도 어떤 때는 왜 감성적으로 바뀌는 것일까? 오늘도 인터넷에 유령처럼 떠도는 좌뇌와 우뇌의 이야기, 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 보자.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
우리의 뇌는 좌우로 반반 나뉘어 있다. 좌뇌는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를 한다. 그런데 우뇌는 예술적이며 창조적인 사고를 한다. 따라서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 사고를 하는 우뇌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우뇌를 많이 쓰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좌뇌와 우뇌에 관한 스토리가 감기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는 좌뇌형과 우뇌형으로 나누는 것은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좌뇌와 우뇌에 대한 것이 틀렸다는 것인가?
이제 뇌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는 사람이 좌뇌와 우뇌의 구분 없이 뇌의 전 영역을 사용한다는 연구결과를2012년에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 유타대학교는 1천 명 이상의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좌뇌와 우뇌를 거의 공평하게 사용한다는 연구결과를 2013년 발표했다. 우리의 뇌는 단지 좌뇌와 우뇌로 나눠서 다룰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슈퍼컴퓨터와도 같다. 또한 좌뇌와 우뇌가 둘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에 뇌량이라는 신경섬유가 있어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여 하나의 뇌로 만든다. 뇌량을 통해 실시간으로 좌뇌와 우뇌는 서로 정보를 활발하게 교환하며 작동한다.
◆내 머릿속 외계인
간질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뇌량을 잘라버리는 수술을 예전에는 자주 행했다. 이렇게 해서 환자의 간질증세는 줄어들었지만 다른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관찰되었다.
간질환자 외에도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끊어진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처럼 뇌량이 끊어진 분리 뇌를 가진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이상한 행동을 나타낸다.
가령 한쪽 손은 셔츠 단추를 풀고 있는데 다른 손은 도와주지 않고 방해한다.
오른손이 잡은 물건을 왼손이 갑자기 툭 쳐버리기도 하고, 갑자기 자기 뺨을 때리기도 한다.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 자기 목을 조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외계인 손 증후군'이라고 한다. 한쪽 손은 정상이지만 다른 손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외계인이 조종하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 이유는 뇌량이 끊어져 있어서 한쪽 뇌가 하는 일을 다른 뇌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머릿속에 좌뇌와 우뇌라는 두 개의 뇌가 각각 다른 일을 독자적으로 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뇌와 기계의 연결
팔'다리를 사고로 잃은 사람에게 생각대로 움직이는 로봇팔'다리를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뇌에서 생각하는 대로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따라서 뇌의 신호를 읽고 그 신호를 로봇팔에 전달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2009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를 휩쓴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것처럼 헬멧을 쓰고 뇌파를 읽어서 기계를 움직이도록 하면 어떨까?
최근 뇌과학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의 뇌파 신호를 읽어서 바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원하는 대로 기계를 움직이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다. 그렇지만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매우 복잡해서 뇌파로 기계를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에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은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뇌에 직접 작은 전극을 꽂아서 뇌의 신호를 읽고 그 신호를 로봇팔에 전달해서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앤드루 슈워츠 교수는 2008년에 원숭이의 뇌에 작은 칩을 꽂아서 로봇팔을 움직이도록 했다. 이어서 2012년에는 실제 환자의 뇌에 작은 칩을 넣어서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로봇팔을 무선으로 제어하는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서 멀지 않아 사고로 팔을 잃은 환자에게 이용될 것이다.
◆뇌에 관한 오해
몇 년 전에 네이처와 파퓰러사이언스에서 뇌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오해에 대해 보도를 했다.
첫째 여자와 남자는 뇌의 구조가 다르다? 2015년에 1천 명 이상 남녀의 뇌를 MRI로 촬영한 결과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PNAS 학술지에 보고되었다. 뇌과학자들은 여자와 남자의 뇌가 기능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둘째 뇌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안 된다? 뇌도 손상 부위를 회복한다.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손상은 회복이 어렵지만 다른 경미한 손상은 적절한 회복기를 통해 회복이 된다.
셋째 머리가 큰 사람이 똑똑하다? 머리가 큰 것과 인지 능력과는 관련이 없다. 뇌의 해부학적 구조, 유전자, 인지발달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사람은 뇌의 10%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이것은 1900년대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박사로부터 기인된 잘못된 속설이다. 최신 뇌과학 연구는 대부분 뇌가 항상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밝혔다.
최근 뇌과학 연구는 자아와 인지, 지능과 기억, 뇌질환 원인과 치료, 뇌와 컴퓨터 연결, 인간지능과 인공지능 등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한 뇌의 기능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뇌과학은 환자를 치료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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