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직장인 남성 A씨는 요즘 인플루엔자 때문에 일상생활이 괴롭다. 목은 칼칼하고, 코는 꽉 막히는데 머리까지 아프니 일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몸이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약을 먹어봐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건강을 자신해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을 하라는 권고에 코웃음을 쳤던 게 후회 막심이다.
인플루엔자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의 잦은 공습에다 유례없을 정도의 한파가 잇따라 몰아친 탓이다. 인플루엔자 유행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병원엔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다. 길을 가는 시민 중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를 보기도 어렵지 않다.
◆인플루엔자, 만만히 보다간 큰코다친다
인플루엔자(influenza)는 매년 겨울철 유행하는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이다. 흔히 독감이라 불리기 때문에 감기와 같은 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감기는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인플루엔자와 차이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코, 인두, 기관지, 폐 등)를 통해 전파된다.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대화하는 도중 침이나 분비물과 함께 병원균이 방출되고, 그것이 공기와 함께 다른 이의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된다. 침이나 분비물을 묻은 물체를 만진 뒤 손을 씻지 않은 채 눈, 입, 코를 만질 경우에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
인플루엔자를 두고 찬바람이 불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것이라며 가볍게 여겨선 곤란하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꽤 힘들다. 노약자라면 특히 위험하다. 만 65세 이상인 고령자, 유아, 임산부, 폐'심장질환 환자, 면역 저하자 등은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이 유발돼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5일, 증상 지속 기간은 평균 5~9일이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감염력은 증상 시작 하루 전부터 4~5일까지가 가장 강하다. 하지만 어린이나 면역 저하자들의 경우에는 바이러스 배출 기간이 2주 이상 길어지기도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2일 후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자 가운데 50% 내외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인다. 갑작스러운 고열(38~40℃), 마른기침과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두통, 근육통, 피로감, 식욕 부진 등 전신 증상이 그것이다. 어린아이인 경우에는 구토와 설사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번엔 인플루엔자 A형과 B형 동시 유행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후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주의보 발령 당시만 해도 1천 명당 7.7명이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였는데, 12월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는 1천 명당 72.1명으로 약 10배나 증가했다.
인플루엔자는 추운 겨울에 기승을 부린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약점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 약하다. 저온 건조한 겨울은 인플루엔자가 활동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형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A형과 B형이 번갈아 유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선 통상적으로 12월부터 1월에 A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초봄에 B형 인플루엔자가 위세를 떨친다. 어떤 요인이 이들 유행 시기를 결정하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 실험실에 따르면 이번 겨울엔 A, B형이 동시에 유행 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핵산의 유형에 따라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눈다. B형은 변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감염 후 면역도 유지하기 쉽다. 반면 A형은 변이가 쉬워 새로운 인플루엔자가 출현, 항체나 백신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보통 B형 인플루엔자가 A형보다 증상이 가볍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소아를 중심으로 입원율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A형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예방 대책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맞아야 한다. 매년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앞서 유행한 인플루엔자 역학 자료를 분석, 그해 유행할 종류를 선정해 발표하면 백신 제조사들이 그에 따라 백신을 생산한다. 예측에 맞춰 만들어지는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인플루엔자의 면역원성(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항원의 능력)이 접종 2주부터 생기기 시작해 6개월 정도만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매년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예방접종이 인플루엔자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접종 후에도 인플루엔자에 걸릴 수 있다. 백신의 효과는 백신과 유행하는 바이러스주의 일치도, 연령과 건강 상태 등 예방접종을 받는 사람의 개인적 특성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건강하고 젊은 성인이라면 백신과 바이러스주가 일치할 때 예방 효과가 80% 이상이다.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등 이른바 고위험군의 경우에도 예방접종을 했다면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가벼울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 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센터도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것으로 백신 예방접종을 꼽는다. 이어 증상 발생 시 항바이러스제 복용과 일상 속에서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라고 주문한다.
인플루엔자는 이미 유행 중인데 굳이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인플루엔자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늦은 봄까지 유행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4가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다만 이미 3가 백신을 접종한 경우라면 백신의 효과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4가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도움말 허지안 영남대병원 감염'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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