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도시하천 개발 명암] 체육시설, 수변공원…하천 마르고 맹꽁이 떠났다

공사 편의주의 곳곳에, 안심습지 자연 복원 성공

달성습지 = 4일 대구 달성습지 내 대명유수지 맹꽁이 생태학습장 조성 공사 현장. 환경단체들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맹꽁이가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모래로 덮어 버리는 등 대구시의 무분별한 공사 진행을 비판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달성습지 = 4일 대구 달성습지 내 대명유수지 맹꽁이 생태학습장 조성 공사 현장. 환경단체들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맹꽁이가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모래로 덮어 버리는 등 대구시의 무분별한 공사 진행을 비판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안심습지 = 친환경적 자연 복원에 성공해 중요종 동식물 서식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안심습지. 이곳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와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 데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을 최소화해 우수 복원 사례로 꼽힌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안심습지 = 친환경적 자연 복원에 성공해 중요종 동식물 서식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안심습지. 이곳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와 흰뺨검둥오리 등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 데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을 최소화해 우수 복원 사례로 꼽힌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생태계 훼손을 고려하지 않은 대구시의 자연 개발로 신천과 달성습지 등 지역 내 소중한 자연경관이 제 모습을 잃고 있다. 인위적으로 하천 물길을 내고 둔치를 없앤 탓에 수변 생태계가 파괴됐고, 희귀생물의 보고로 꼽히는 달성습지 역시 무분별한 공사 탓에 훼손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 중심 개발, 이용당하는 자연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은 물만 흘려보내는 '수로'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시민들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 위주로 개발하다 보니 수변 생태계는 절멸 위기에 처했다. 3일 찾은 대구 신천 둔치는 운동이나 산책을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조성한 제방과 보행로, 주차장이 길게 이어질 뿐, 물새나 갈대 등 수변 생물이 머물 자리는 전무했다. 신천은 흐름이 원활한 하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수생 생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성교 인근 대봉지수보 하류를 제외한 상류 구간은 유속이 느려 호수처럼 고여 있었다. 하천은 힘겹게 수위를 높여 조금씩 하류로 내려갔다. 하천의 흐름이 정체된 탓에 바닥에는 이끼와 쓰레기 등 부유물질이 가득했다. 대봉지수보 인근 잉어전망대 또한 하천 수면에 낀 거품으로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신천에는 수달과 왜가리, 오리뿐 아니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멸종위기 2급 동물 흰목물떼새 등 31종의 수생 생물이 서식한다. 이들 생물은 금호강 합류지점과 가까운 칠성교를 지나서야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대구시는 신천과 금호강에 신천하수처리장 처리수를 방류하는 등 맑은 물을 대량 공급해 수질을 개선하고자 애썼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대구시는 오는 2025년까지 1천660억원을 들여 신천개발사업도 진행한다. 신천 수질을 3급수에서 1급수로 개선하고 신천대로를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신천 녹도를 조성할 계획이다. 수달 서식지와 범어천 연결로, 매화생태습지원, 공룡발자국 화석 체험마당 등도 조성할 방침이다. 모두 신천 접근성을 높이거나 주변 생태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데 집중돼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신천에 골프장을 만들어 이용객을 늘리자는 주장까지 제기돼 논란을 낳기도 했다.

같은 날, 북구 팔거천과 도시철도 3호선 동천역 인근 하천은 가뭄 등의 영향으로 건천(마른 하천)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도 청둥오리와 왜가리 등 새들이 대거 서식한다. 그러나 북구청의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이 진행되면서 오리들에게서 불과 50m 바깥에 화물차와 공사 자재가 잔뜩 들어와 있었다. 인부들은 하천 바닥이 드러난 도시철도 3호선 태전역~매천역 구간에서 수로관 삽입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었다. 팔거천 재해예방사업은 수량이 부족한 팔거천에 금호강 물을 공급해 하천 유지수를 늘리는 게 골자다. 그러나 최근 이곳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이 목격되면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높다.

달성습지 역시 최근 잇따른 자연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구시는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맹꽁이 서식지인 폐쇄형 습지를 모래로 덮거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는 등 공사 편의주의를 곳곳에 드러냈다. 달성습지는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를 비롯해 왜가리, 청둥오리, 고니, 참매, 고라니 등이 대거 서식하는 등 보존이 필요한 지역이다. 사람들을 위한 탐방나루를 만든다며 동식물을 쫓아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보다 못한 대구환경청과 환경단체들은 대구시를 상대로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안심습지'전주천…생태계 친화적 자연 개발

신천이나 달성습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자연 복원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동구청이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한 '대구 안심습지 멸종위기종 서식처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안심습지는 동구 대림동 금호강 일대의 습지대다. 동구청은 신서혁신도시와 대단위 도시개발사업으로 야생 동식물의 피해가 우려되자 안심습지에 생물 서식처를 조성했다.

사업에 앞서 동구청은 안심습지에 서식하는 생태계부터 파악했다.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와 흰뺨검둥오리, 새매, 말똥가리가 자주 목격되고, 큰고니와 흰뺨검둥오리가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확인한 동구청은 동물별 생태 습성에 맞는 서식공간을 조성하고 토양과 하천 특성에 맞는 수변식물과 수질 정화식물을 옮겨심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은 사람이 접근하는 공간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동구청은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자연 훼손 가능성이 큰 공사일수록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피해가 우려되는 동식물의 대체 서식처를 마련하고, 공사 현장까지 최단거리로 접근해 불필요한 훼손을 막았다. 또한 안심습지 둔치로부터 10여m 이상 떨어진 자연제방 위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고 습지대 일부에만 자연탐방로를 설치, 방문객의 무단 접근을 막았다. 또한 특정 지점에만 탐조대를 설치해 생태 교란요인을 최소화했다.

타지역에서는 전북 전주시내를 관통하는 전주천이 우수 복원 사례로 꼽힌다. 전주천은 콘크리트 제방과 주차장, 각종 생활오폐수로 4, 5급수 하천에 머무르던 상태였다. 전주시는 1998~2002년까지 5년에 걸쳐 오염원을 제거하고 둔치 식생과 어류 서식처를 복구했다. 콘크리트 제방은 수많은 돌을 망태로 덮어 만든 자연제방으로 대체했다. 사업이 끝난 이듬해 전주 시내를 통과 구간의 전주천 수질은 2급수로 개선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생태환경을 보존하려면 토목공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인위적인 하천 개발은 강의 주인을 인간으로 놓고 인간의 편의만을 위한 보존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대구시는 앞으로 환경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의해 반자연적 자연개발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점문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은 "신천프로젝트 등은 대구시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복원하고자 벌이는 사업"이라며 "앞으로 동식물 생태 환경과 환경오염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대구시 타 부처와도 자주 소통해 자연개발 현장에서의 생태 훼손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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