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무르 잡수찌!'(찻물 드세요!)
독립운동가 여운형은 1921년, 중국 상해를 떠나 몽골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듬해 1월 열린 극동(極東)피압박민족대표자대회에 참석했다. 몽골의 고륜(庫倫) 즉 오늘날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여운형은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바로 러시아 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국인 아버지 딸로 태어나 자란 한국계 러시아인 남마리아를 만난 일이다.
모스크바에서 만나 결혼한 몽골 혁명지도자 린치노(에린치노프)를 따라 몽골에 온 남마리아는 야회(夜會)에서 여운형을 만날 때 한국 저고리와 치마를 입었다. 남마리아는 '동해 백두산'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도 불렀다. 물론 둘 사이의 대화는 '구라파 말'로 했다. 모임이 끝날 즈음 남마리아는 홍차를 갖고 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오직 한마디의 조선말'을 건넸다. '차무르 잡수찌!'
여운형은 이런 몽골에서의 만남과 이야기 등을 그대로 묻어둘 수 없었는지 15년이나 지나 세상에 드러냈다. 1936년 조선중앙일보 자매지 '월간 중앙' 3호에서 7호까지 '나의 회상-몽골의 고비사막을 횡단하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특히 남마리아가 아는 유일한 한국말 '차무르 잡수찌!'는 잊을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귀에 익은 제 나라 말이 더없이 반갑고 정겹듯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말 '사투리'도 다르지 않다. 낯선 곳에서 만난 고향 사람을 '고향 까마귀'로 더 반기듯 말도 그렇다. 대구의 상희구 시인이 지역 사투리로 시집 여러 권을 펴내고, 대구은행이 '단디' 카드를 만들고, 대구시가 '두드리소'라는 민원접수 창구를 열고 경북도가 '사이소'라는 온라인 거래장터를 운영하고, 대구 수성구청이 지난해 2월~올 1월까지 발간한 소식지에 '니캉 내깡'(2월)에서 '어서 온나'(1월)와 같은 달마다 다른 사투리를 표지에 넣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까닭도 그렇다.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컬링팀에 출전한 여자 대표선수들의 입에서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야를(이것을) 치가(쳐서) 야가(이것이) 나가야…'를 비롯한 숱한 사투리는 경상도 말이 낯선 국민과 시청자에겐 마치 외국말 같다. '가가 가가?'(저 사람이 그 사람이냐?)마냥 어렵다. 올림픽 남녀 컬링 대표선수 15명 중 14명이 의성 출신이다. 특히 의성 '딸들'의 정겨운 사투리가 거침없는 승리만큼이나 반가운 요즘이다. 국민 여러분, 의성 딸들의 사투리와 함께 즐거운 나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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