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경들 교육 재능기부, 웃음꽃 피는 시골 공부방…울진경찰서 4년째 운영

김태화·윤창훈 상경 교사 맡아 외진 시골서 선임이 후임 추천

울진경찰서
울진경찰서 '사랑의 공부방' 선생님인 윤창훈(왼쪽)'김태화(오른쪽) 상경과 학생들이 즐거운 웃음을 지으며 하트 무늬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울진경찰서 제공

"제자라기보다는 예쁜 후배를 얻은 것 같아 기뻐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울진경찰서 2층에서는 반짝 공부방이 열린다. 선생님은 의무경찰 2명, 학생은 고등학생'중학생 각각 3명이 전부인 작은 교실이다. 고작 8명의 적은 인원이지만, 이들이 자아내는 웃음소리가 주말이면 경찰서 내부를 가득 메운다. 서로 준비한 간식을 먹고, 재미있게 문제를 풀어가는 모양새가 삭막한 경찰서 풍경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렇듯 울진경찰서 '사랑의 공부방'에는 선생과 학생의 울타리를 넘어 늘 웃음이 넘친다.

"막상 가르친다고 자원은 했는데, 너무 떨리고 긴장되더라고요. 오히려 아이들이 저를 진정시켜 줘서 안심했어요. 그러고 보니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웃음)."

현재 공부방 교사는 김태화(21)'윤창훈(20) 상경이 맡고 있다. 각자 금오공대 응용수학과와 동아대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두 사람은 앞으로 교사가 되고 싶은 꿈에 도움이 될까 해서 스스로 지원했다.

울진경찰서 사랑의 공부방은 벌써 4년째 운영되고 있다. 울진이라는 고립된 지역 특성상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이 부족하기에 의경들이 재능기부를 펼쳐 청소년들의 학업성적을 높여주려고 처음 시작했다. 의무경찰 선임들이 후임들에게 추천하고, 앞서 공부방을 거쳐 갔던 아이들이 친한 후배들에게 소개하는 식으로 이어진 시골마을만의 '특별 학원'인 셈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제가 먼저 공부를 해둬야죠. 일과 시간이 끝나면 매일 서너 시간씩 짬을 내 참고서를 풀어야 하지만, 너무 재밌어서 힘든 줄 모르겠어요. 공부할 때마다 빨리 일요일이 왔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교육적인 목표로 시작한 공부방은 이제 진로 상담과 또래만의 고민, 이성교제 상담 등 멘토와 멘티 관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낯선 타지에서 힘든 단체생활에 지친 의경들에게 활기를 주는 아이들의 웃음은 생각지 못한 덤이다. 우연히 바깥 업무 중에 마주친 아이들이 예쁘게 인사를 건네거나, '꼭 선생님이 있는 학교에 갈 테니 캠퍼스에서 보면 밥을 사달라"며 조르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보람을 넘어 뿌듯함마저 느낀다.

김 상경은 "처음에는 귀한 휴일에 일부러 고생을 자처한다는 주위 동료의 핀잔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는 우리에게 오히려 부럽다는 말을 한다"며 미소 지었다. 윤 상경 역시 "의경끼리 돈을 모아 아이들의 간식도 사고, 선임들이 공부하던 참고서도 선뜻 쓰라며 내놓는다.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후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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