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의 질·남성 사회 활동에 밀접한 '갱년기'

부쩍 짜증 잦은 중년 남성, 줄어든 테스토스테론 영향인가

김범수 경북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범수 경북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봄이다. 밖은 화사하다. 꽃이 피고, 산은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한다. 햇볕도 따스하다. 하지만 40대 중반 직장인 남성 A씨가 처한 상황은 바깥 상황과 꽤 다르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매사 의욕이 떨어진다. 우울해 좀처럼 웃을 일이 없는 데다 무력감을 느끼는 때도 적지 않다. 늘 피로에 시달리는데, 밤에 잠을 깊이 자지도 못한다. 갱년기라 하면 여성의 갱년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남성들에게도 갱년기는 찾아온다. 여성들처럼 쉽게 느끼지 못할 뿐이다. 여성들은 폐경 이후 호르몬과 신체에 급격한 변화를 느낀다. 반면 남성의 호르몬과 신체는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한다. 갱년기가 찾아왔다는 걸 알지 못하는 남성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갱년기 상황을 적절히 관리하면 삶의 질이 높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중년 남성을 위협하는 남성 갱년기

노화는 인체에 포함된 유전정보에 따라 이뤄지는 자연적 생리 현상이다. 하지만 노화를 유도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체내 내분비 기능 및 환경의 변화다. 남성은 30대 이후부터 테스토스테론이라고 하는 남성 호르몬이 매년 약 0.8%씩 저하된다. 이러한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기능 저하 현상이 동반될 수 있다.

남성 갱년기는 뼈, 근육, 성 기능 등 남성으로서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정신 및 대인 관계,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무기력하고 약한 남성으로 변한다고들 한다. 일반적으로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에 나타난다. 중년 남성 10명 가운데 3명이 남성 갱년기 증상을 호소한다는 얘기도 있다.

남성 갱년기는 생리적인 노화 현상과 함께 남성 호르몬이 감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근골격계, 심혈관계, 뇌신경계, 생식계, 성 기능 등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하게 변화가 나타난다. 전신 피로감과 우울증 등 정서장애, 기억력 감퇴인지기능 저하수면장애 등의 정신적 증상, 지방 분포의 변화근육량과 근력의 감소 및 골다공증피부 두께의 변화 및 탄력 소실동맥경화 등 신체적 변화, 성욕 감퇴발기 부전 등 성 기능 감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가지 호르몬의 수치만 가지고 남성 갱년기라고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갱년기 증상은 남성 호르몬 외에도 성장 호르몬, 부신 남성 호르몬, 멜라토닌, 갑상선 호르몬 등 내분비 기능의 저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노화에 따른 생리적 기능 저하, 신체활동의 저하, 식이 변화, 동반 질환, 심리적 요인 등에서도 개인 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남성 갱년기, 모두 겪진 않지만 무시해선 안 된다

남성 갱년기처럼 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증상은 일정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구나 남성들은 몸이 아파야만 병원을 찾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아직 다수의 남성 갱년기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무심히 지나치는 건 금물이다.

남성 갱년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은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국내에선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시점에서 남성 갱년기에 대해 적절히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는 건 남성 노인 인구에 있어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이들이 다양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남성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40세 이상이 되면 성 호르몬(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시작해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남성 갱년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여성의 경우와 비슷하다. 가령 남성에게도 갱년기 여성처럼 안면 홍조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모든 여성이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폐경에 이르면 생식 능력이 소멸하는 데 비해 남성은 개인 차가 커 모든 남성이 갱년기를 겪는 건 아니라는 데 차이가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발기 능력과 사정 능력 등 성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기부전 환자 가운데 비아그라와 같은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돼 있는 경우가 많다.

◆'꽃중년이 되기 위해' 남성 갱년기의 진단과 치료

남성 갱년기라고 판단하려면 증상 설문지와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증상과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이후 혈액 검사로 남성 호르몬 수치가 감소했는지 확인하고, 여러 증상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 따로 없는지 챙겨봐야 한다. 남성 호르몬 수치는 하루 동안에도 변화가 심하다. 오전 8~10시에 측정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세 단계를 정확히 거치기 위해서는 비뇨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남성 호르몬 저하가 남성 갱년기의 주된 원인이다. 부족한 남성 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하면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로 테스토스테론을 주성분으로 한 경구약제, 경피 흡수제, 주사제 등이 개발돼 있다. 전문의와 상담한 뒤 자신에게 맞는 약제를 선택하면 된다.

남성 호르몬을 보충하는 데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면 중 무호흡증을 비롯해 적혈구 증가증, 전립선 질환의 악화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약물치료 중에는 일반적인 건강 상태 확인 절차 외에도 남성 호르몬, 혈색소 및 콜레스테롤 수치와 전립선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남성 갱년기를 치료하는 데는 여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확히 언제까지 치료해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 하지만 특별한 금기 증상이 없다면 장기간 치료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남성의 갱년기 치료는 질병의 치료보다는 삶의 만족도와 질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 김범수 경북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