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ㄷ'자에 갇힌 섬 'TK'

6·13 지방선거가 두 달 남짓 남았다. 다음 주 월요일(9일)이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가 정해진다. 현 정치 상황에서 한국당 소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광역시'도는 TK(대구경북)뿐이다. 부산·울산·경남(PUK) 지역도 한때는 경상도 지역으로 분류돼 선거가 끝나면 같은색 정당으로 도배됐으나, 2016 총선과 2017 대선 이후 부·울·경은 확실히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들어 부·울·경은 정권 창출 지역이 되어, TK를 더 고립시키고 있다.

경상도 전체를 놓고 보면 북도(대구)와 남도(부산)의 정치적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TK'는 'ㄷ'자 형태의 섬에 갇힌 셈이다. 시쳇말로 '왕따' 지역이다. 마침 TK 지역은 정사각형 모양과 흡사하니, 한반도 남쪽 직사각형에서 떨어져 나간 네모난 섬 형태로 갇혀 있다. 걸핏하면 '보수 꼴통' 취급받고, 국가 전체 예산이나 인사에서는 그야말로 '국물도 없는 곳'이다. 못마땅한 마음을 감추고 문재인 정권에 알랑방귀를 끼며 협조한들, 아니면 사사건건 대립하며 각을 세운들 정권 차원에서 미운 자식에게 던져주는 떡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지지 정치 세력들이 볼 때, 'TK'는 원죄를 지은 용서받지 못할 정서를 갖고 있는 곳인지도 모를 일이다.

'TK'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킨 본거지다. 현 집권 세력이 볼 때, 어디 하나 이쁜 구석이 있겠는가. 현 정권하의 검찰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탈탈 털어 옴짝달싹 못하도록 구속시켜 심판하는 과정을 보라. 거기에 덧씌워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은 물론이고 이승만과 박정희마저 미국과 손잡고 부정부패와 독재로 민주화를 짓밟은 '못된 대통령'쯤으로 여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우파 정권은 이렇게 매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승만을 제외하면 나머지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TK'에서 태어나거나 자랐다.

북한 역시 'TK' 지역은 과격하게 표현한다면 '미제를 추종하는 에미나이(?) 동네' 정도로 여기고 있다. 북한은 이명박을 '괴뢰 역도', 박근혜를 '천하에 둘도 없는 탕녀'라고 북한의 공식 언론 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호칭했다. 남북 해빙무드가 일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TK'는 과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꼴통 도시'로 간주되고 있다. 한반도 전체를 봐도 'TK'는 고립무원이다.

'TK'의 정치적 미래도 어둡다. 진보 정권이라 자처하는 현 정부는 젊은 세대들에게 보수는 변화를 거부하고 퇴행하는 악습, 진보는 밝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혁신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이는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야 할 좌우의 균형을 잃게 할 뿐 아니라 견제 세력을 철저히 짓밟겠다는 교묘한 술책에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가 좌우가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정권을 잡으면 왜 사생결단을 내려 하는지 한심하다. 보수는 진보를 뿌리뽑아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피의 복수'를 불렀고, 진보 역시 더 악랄하게 복수하고 보수가 아예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짓이기자는 발상을 하니 '복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건강해야 나라가 균형감 있게 발전한다'는 당연한 격언을 집권당은 새겨야 할 것이다.

내륙 지역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섬처럼 고립된 'TK'는 '건강한 보수재건'이라는 큰 목표를 두고, 현 진보 정부와 어떤 형태로든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보수 우파는 대한민국을 이만큼 건설한 주역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보수가 참패해도 좋다. 2020 총선에 또다시 보수 재건 기치를 올려야 할 것이다.

뜬금없지만 영국과 미국이 부럽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수백 년 동안 정권 교체를 반복하며, 전'현직 총리 또는 대통령들이 한자리에 모여 편안하게 취미생활 또는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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