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이 원금 보장이 안 되는 펀드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이 나자 은행이 이를 몰래 보전해주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관공서가 시민 혈세인 예산을 위험성 높은 펀드 상품에 투자한 것도 믿기 어렵고, 은행이 펀드 상품 손실액을 메워줬다는 것 역시 납득이 안 간다. 지방자치단체와 은행 사이에 부적절한 금융거래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석연찮은 구석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세금 수입을 정기예금이나 원금 보장형 금융 상품에 투자해 원금 손실 위험성을 회피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수성구청은 2008년 대구은행이 운용 중인 해외펀드에 세수 출납 통장 예치금 30억원을 투자하는 '간 큰' 결정을 했다.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를 결정할 때는 구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그런 절차를 받은 흔적이 없다고 한다. 행정기관이 돈놀이하듯 혈세를 굴린 것과 다를 바 없다.
무모한 투자에는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구은행의 해외펀드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 놀랍게도 대구은행은 2014년 원금 손실분 12억원을 수성구청에 보전해줬다. 현행법상 금융기관은 원금 보장이 안 되는 펀드 상품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대구은행이 은행의 공신력과 수성구청의 공공금고 유지 등을 고려해 손실금을 보전해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손실금 보전 자체가 일종의 로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수성구청과 대구은행 간의 부적절한 금융거래 정황은 지금껏 은폐돼 오다가 경찰의 대구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성구청이 손실액 보전을 먼저 요구했는지, 대구은행이 알아서 특혜를 베풀었는지 의혹 없이 수사를 벌여야 한다. 펀드 상품 가입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는 없었는지, 대구은행이 12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했는지도 마땅히 수사 대상이다. 대구시도 수성구청이 펀드에 투자하고 손실액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 철저한 감사를 통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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