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80억원 공연장 뜯어 '작은영화관' 짓는 상주시의 요지경 행정

상주시가 진행하고 있는 '작은영화관'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상주 유일의 다목적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작은영화관으로 만드는 사업인데 석연찮은 구석이 많아서이다. 하기야 불과 3년 전 80억원이나 들여 지은 200석 규모 다목적 공연장이 98석 규모 영화관으로 쪼그라들게 됐으니 뒷말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영화관이 없는 상주에서 시민들은 상주문화회관에서 주말에 1천원 입장료를 내고 철 지난 영화를 관람할 수밖에 없다. 문화적 갈증 해소를 위해 상주시가 '작은영화관'을 짓겠다고 나섰으니 시민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사업 내역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영화관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하필 문화 인프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홍보영상관을 영화관으로 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지어진 홍보영상관은 1억5천만원짜리 가변형 무대를 비롯해 첨단 조명과 음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연극, 음악, 행사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도 가능해 상주에서는 제2의 문화회관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다목적 공연장이다. 하지만 상주시는 홍보영상관의 각종 시설을 뜯어내고 객석도 기존 200석에서 98석으로 반 토막내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홍보영상관을 짓는데 80억원이 소요됐으며 작은영화관 리모델링비 6억원과 철거에 따른 시설 손실비 4억원(추정치)을 합치면 영화관 하나 만들자고 총 90억원의 혈세를 기회비용으로 쏟아붓는 셈이다. 더구나 홍보영상관에 상주하며 활동하던 극단 등 지역 공연 단체들이 졸지에 무대와 연습 공간을 잃어버리는 부작용도 생겼다. 이 같은 유'무형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주시가 얻는 연간 수입은 고작 영화관 민간위탁 임대료 3천만원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작은영화관 사업의 경우 국비 지원이 가능한데도 타 지자체와 달리 상주시가 공모 신청조차 않은 채 전액 시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의문이다. 있는 시설을 잘 활용해도 모자랄 판에 혈세를 추가로 들이면서까지 문화 인프라 규모와 활용도를 사실상 '다운그레이드'시키는 상주시의 결정은 삼척동자가 봐도 이상하다.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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