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덕후들의 취미쯤으로 여겨졌던 여가 아이템 '웹툰'이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방면으로 재가공되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나의 소스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원 소스 멀티 유즈' 상품으로,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고 본제품 판매를 촉진시키는 이중 삼중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내 웹툰 시장은 약 9천억원 규모로 급성장 중이다.
◆웹툰 원작의 다양한 변신
영화나 드라마 시장에서 '웹툰 원작'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나온 웹툰 작품 수는 1천700개가 넘었다.
가장 최근 개봉한 웹툰 원작 영화는 '치즈인더트랩'이다. 치즈인더트랩 원작 웹툰이 연재를 시작한 것은 2010년의 일이다. 4부작에 걸쳐 2015년까지 무려 7년간 연재되면서 굉장한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이 검증된 인기에 힘입어 2016년 초 드라마로 제작됐다. '치인트'라는 줄임말로 마니아들 사이에 많이 회자됐던 이 작품은 원작 만화와 드라마,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드라마의 주인공 유정 선배 역을 맡았던 배우 박해진 씨가 영화에서도 다시 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얼마나 원작과 같고, 또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을 발산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팬들이 관심을 집중했다.
역대 영화 흥행 2위에 랭크되며 지난해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신과함께'도 웹툰이 원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2편이 동시촬영으로 제작되면서 우리나라 영화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김용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원작 웹툰의 방대한 분량을 2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기엔 무리가 있다 보니 아예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두 편을 제작하게 된 시간적 비용적 부담을 덜고, 출연이 겹치는 배우도 많은 만큼 아예 동시 촬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중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은 '미생'이 아니었을까. 바둑선수 출신 직장 초년병을 주인공으로 직장생활의 애환을 더할 나위 없이 리얼하게 그려내면서 이 땅의 수많은 '직딩'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 외에도 '운빨로맨스' '부암동 복수자들' '고백부부' '동네변호사 조들호' '송곳' 등의 작품이 드라마로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로 제작된 웹툰도 상당수다. 한국 사회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조명한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을 비롯해 '이끼' '이웃사람' '26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강철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다양한 작품들이 영화로 재가공됐다.
게임으로 재가공된 사례도 있다. '갓오브게임스쿨'이란 웹툰은 벌써 2개의 게임으로 선보였고, '선천적 얼간이들' 역시 게임으로 제작되는 등 웹툰을 기반으로 한 게임만 15가지 정도 된다고 한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인기 방송인으로 등극한 웹툰 작가 '기안84'의 작품 '복학왕'도 게임으로 선보인다.
◆가성비 좋고 영상화 쉬워 각광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웹툰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만화라고 하면 당연히 책으로 봐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만화책을 불법 스캔해 올리는 곳이 많아지면서 출판 만화산업은 사양길을 걷게 됐다. 이 틈새를 파고든 새로운 만화 시장이 웹툰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긴 세로 형식의 만화를 올리고 이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스노우캣' '마린 블루스' '파페포포 메모리즈' 등 개인 블로거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연재된 다이어리 형식의 웹툰이 큰 인기를 끌었고, 2003년 다음을 시작으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들이 웹툰 시장에 뛰어들면서 만화라는 장르는 새롭게 부활했다.
최근에는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구가하는 유명 웹툰 작가들도 상당수다. 분량의 제약이 없다는 온라인의 특성상 탄탄한 서사에다, 여러 가지 새로운 소재를 실험적으로 다룬 작품이 줄이어 등장하면서 웹툰은 현대인들의 중요한 여가생활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여기에다 콘텐츠, 그리고 캐릭터까지 인기가 검증되면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콘텐츠 산업의 핵심 아이템으로 성장했다. 그렇다 보니 웹툰 산업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올해 8천80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1천500억원에 비해 5배 이상 커진 규모다. 웹툰의 2차 가공 시장도 점점 확대되고 있어 웹툰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웹툰이 2차 콘텐츠 생산에 적극 활용되는 요인은 가성비와 쉬운 영상화를 꼽는다. 저작권료가 다른 장르에 비해 저렴한데다, 이미 비주얼적으로 완성돼 있기 때문에 소설 등에 비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이 보증되는 건 아니다. 웹툰의 고정팬이 있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관심을 기반에 깔고 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원작팬들의 냉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내용과 결말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몰입을 이끌어내는 게 더욱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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