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이주 할머니 "40년 만에 여동생 만났어요"

북부서 도움으로 3시간만에 상봉

40년 전 국제결혼을 하면서 미국으로 이주한 후 연락이 끊긴 7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과 상봉했다.

대구 북구 침산동이 고향인 권모(74) 씨는 지난 1978년 주한 미군과 결혼하면서 한국을 떠났다. 미국으로 간 권 씨는 수개월간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확인했지만 가족들이 갑작스레 이사를 하면서 연락이 끊어졌고, 이후 40년간 서로 생사도 모른 채 살아왔다.

가족을 그리워하던 권 씨는 지난 6일 며느리와 함께 4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고향인 대구에 머무르며 가족들을 수소문했지만 한국어도 서툴렀고, 고향 풍경도 몰라보게 변해 막막한 상태였다. 권 씨가 머물던 호텔인터불고 엑스코 전속 택시기사 신종인(63) 씨는 권 씨의 사연을 듣고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과 이어줬고, 권 씨는 7일 북부경찰서를 방문해 헤어진 가족찾기 신고를 했다.

권 씨가 가진 정보는 가족 이름 석 자와 침산동 오봉산 근처에 살았다는 내용뿐이었다. 경찰은 가족관계 등 다른 인적사항을 추가하며 대상자를 줄였고, 3시간 만에 경남 김해에 살고 있는 막내 여동생 권모(65) 씨와 연락이 닿았다.

동생 가족은 대구까지 한달음에 올라왔다. 상봉 광경을 지켜본 신 씨는 "호텔 로비에서 만난 가족들이 얼싸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던 이들도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다. 이후 연락이 닿은 다른 여동생과 남동생까지 4남매까지 차례로 모였고, 9일에는 성주에 있는 선친 묘소를 찾아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권 씨가 도움을 준 경찰에 고마움을 표했고,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기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