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미 정상회담 무산] 남북 군사회담, 6·15공동행사 등 개최 불투명

암초 만난 '판문점 선언' 각종 협력사업 급속 냉각

풍계리 핵실험장 하천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국제기자단과 북한 관계자들이 3번갱도로 이동하기 위해 계곡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북측 관계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에 산천어와 송이가 특산물이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풍계리 핵실험장 하천 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국제기자단과 북한 관계자들이 3번갱도로 이동하기 위해 계곡에 설치된 다리를 건너고 있다. 북측 관계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에 산천어와 송이가 특산물이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의 봄을 기대했지만 남북 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급변하고 있다.

◆'남북 협력 차질 불가피' 전망 나와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돌발 변수로 남북 대화 재개 시점은 예측이 불가능하게 됐다.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빌미로 전격 취소된 남북 고위급 회담, 한국 기자단의 풍계리 취재 허용을 계기로 다시 대화 분위기가 살아나나 싶더니 결국 북미 정상회담 취소라는 암초를 만난 것.

정치권은 우선 북한이 당분간 대미 대응에 집중하면서 남북 관계 개선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국에 불신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합의 가운데 일부는 이행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달 안으로 개최될 예정이던 군 장성급 회담이나, 6·15 남북공동 행사 등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한다. 또한 경색 국면이 장기화 할 경우 8·15 이산가족 상봉이나 8월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 등도 순조로운 이행이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당일 북미 회담 취소를 통보받은 북한이 얼마나 강경하게 대응할 지에 따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에 또다시 격랑 일 수도

북미 간 대화가 결렬되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얻기를 기대했던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등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북한은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등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선제적으로 약속한 것들을 취소하고 다시 핵무력 강화의 길로 복귀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핵실험장을 폐기한 마당에 추가 핵실험까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 안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북한이 ICBM 추가 발사 등에 나서면 미국은 해상 차단, 대북 유류 공급 완전 차단 등의 고강도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도 본격 추진할 수도 있다.

미국 내에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북핵 해결을 중대 호재로 기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북핵 상황 악화가 선거에 악재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극약 처방에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의 '중재 외교' 속에 한반도 정세가 파국을 피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북미가 일정한 냉각기를 거쳐, 외교장관 회담과 같은 한 단계 낮은 곳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거나 중국이 의장으로 나서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상황 관리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관계 복원의 길로 나아간 북중 관계는 한반도 정세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일, 북·중·러 양 진영 간 신(新)냉전 구도가 열리지 않도록 정부가 정세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정부, "대화로 문제 해결" 천명

북한이 지난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에 불참한 데 이어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등 북미 관계가 다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25일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대화의 모멘텀이 지속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관련국 모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남북 고위급 회담 진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해나가고자 하는 진심은 그대로 다 갖고 있다고 본다"며 "고위급 회담 개최 등과 관련해서도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 나가기 위한 노력과 협의는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판문점 선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질문에 "남북 간 협의를 통해서 해나가야 되는 것도 있고, 비핵화 진전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다"며 "그런 부분을 잘 감안해서 판문점 선언 이행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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