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특수' 시들, 치킨업계 기대 반·걱정 반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치킨업계는 모처럼의 '월드컵 특수' 효과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부진으로 기대만큼 월드컵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데다, 일부 업체의 치킨값 인상 등에 대한 소비자 질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구 수성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모(59) 씨는 요즘 매출이 줄어 걱정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는 것. 정씨네 치킨집의 지난달 매출은 320만원으로 가게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가맹비, 재료값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이 채 안된다.

정 씨는 "곧 월드컵이 열리면 주문이 다소 늘 겠지만 이번 월드컵은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킨업계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면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올해는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상대적으로 약체 조에 배정됐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나 지난 브라질 월드컵과 달리 독일, 스웨덴 등 강팀 조에 배치되는 바람에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치가 낮다는 게 이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치킨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도 이유로 꼽힌다.

'국민 야식'인 치킨값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가 지난해 가격인상을 시도했다가 철회하고, 올해 배달료를 따로 받기로 결정하는 등 논란을 겪으며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정 씨는 "논란을 일으킨 프랜차이즈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는 소비자도 있을 만큼 치킨값에 대한 소비자들 불만이 크다"며 "일부러 대형 마트까지 찾아가 치킨을 사먹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월드컵 경기 대부분이 오후 9시~자정 사이에 치러진다는 점은 호재다.

업계 일부는 직전 월드컵과 하계 올림픽이 연달아 시차가 정반대인 브라질에서 열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월드컵에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치킨매장 운영자는 "지난 월드컵은 경기가 새벽 3, 4시에 몰려 있어 월드컵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한창 주문이 많은 밤 시간대에 경기가 있어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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