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의 전통시장 어제와 오늘<하>변화하는 전통시장

전통시장은 오랜 세월 우리의 삶과 동고동락해왔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대형마트에 익숙해져 가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온라인 쇼핑몰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유통 시스템의 변화 앞에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제 더는 물건값을 흥정하고, 물건을 사면 덤을 얻어가는 '정'을 느끼는 것만으로 편리하고, 빠른 것을 찾아 움직이는 고객을 잡을 수 없다. 특히 불편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지 않으면 지역 경제의 뿌리인 전통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지자체 "전통시장을 살려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시장 존폐 위기라는 현실에 공감하고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과 지원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통해 낡은 전통시장 시설에 '·비를 막는 아케이드와 냉'난방 설비, 고객안내센터, 화장실, 소방시설 등 고객 편의시설을 확충하도록 돕고 있다.

경북도 역시 힘을 보태고 있다. 도는 자체로 '클린 5일장 육성사업'을 시행, 전통시장 간판 정비와 LED 조명 교체, 바닥'지붕 등의 시설 개'보수를 지원하고 있다. 또 안동 중앙문화의거리 상점가에 주차장을 건립한 것과 같이 쇼핑의 편의성과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 지원 사업과 더불어 상인에게 경영 마인드를 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교육장 개설, 마케팅 지원 등 시장경영혁신 사업을 통해 상인 경영 마인드 제고를 꾀하겠다는 복안인 것.

아울러 전통시장의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물류 합리화 사업, 상품조달·배송체계 지원 등의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지역 관광지·특산물 연계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경북도는 지역 관광지와 특산물을 연계한 전통시장 살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문경새재 전통찻사발 축제, 소백산 철쭉제와 같은 지역축제와 특산물을 연계해 '고향사랑 전통시장 탐방행사'를 운영, 도시민이 전통시장을 찾도록 하는 식이다.

경상북도는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경상북도는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고향사랑 전통시장 탐방' 행사를 열고 있다. 경북도 제공

매년 10월, 3일간 개최하는 '전통시장 우수상품 전시회'도 주요 활성화 사업 중 하나이다. 도는 이 전시회에서 도내 우수시장 상품을 전시, 판매하고 시·군별 홍보부스를 운영해 상품 판로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포항상가 실개천 일원에서는 '상가거리 문화축제'를 열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화 이벤트 행사도 추진한다.

이러한 노력은 전통시장을 주거지 근처에 있는 장터가 아닌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있는 상가로 변모시키고 있다.

찜닭하면 안동 구시장이 떠오르고, 겨울철 별미 칼제비와 함께 야시장이 있는 경주 중앙시장도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영천공설시장도 소머리 곰탕과 돔배기가 있는 지역 명소 시장으로 거듭났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통시장 살리기는 관광객 등을 끌어모으는 데 힘이 되고 있다. 찜닭으로 유명한 안동 구시장 서문의 모습. 경북도 제공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통시장 살리기는 관광객 등을 끌어모으는 데 힘이 되고 있다. 찜닭으로 유명한 안동 구시장 서문의 모습. 경북도 제공

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2016년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입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 당일 평균 매출액은 2013년 4천648만원에서 2016년 4천988만원으로 약 3.7% 증가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하루평균 고객도 같은 기간 4천170명에서 4천486명으로 약 3.2% 늘었다.

상인들도 정부지원으로 시설현대화 사업을 진행했을 때 매출과 고객 향상에 도움이 된다(매우 그렇다·그렇다)고 생각했다. 긍정적 반응이 51%였다.

◆갈 길 먼 전통시장 살리기

다소의 긍정적인 조짐이 있지만, 전통시장이 예전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앞서 소개한 보고서에서 상당수 상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포 운영이 힘들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생계를 위해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수의 상인들(34%)은 앞으로 상권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이들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16%), 원부자재 가격 상승(13.%), 운영자금 부족(9.8%), 시설 노후(8.6%) 등을 이유로 꼽았다.

상인들은 정부를 향해 시장홍보 지원(23.1%)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고, 자금지원제도(19.3%), 주차장 시설 설치 및 확대(14.7%), 시장 편의시설 지원(14.2%) 등도 절실하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통시장 알리기를 위해 '코리아세일 페스타'를 연계한 '전통시장 가을축제' 홍보를 전국적으로 하고 있다. 금융지원을 위해서는 소상공인 육성자금과 보증지원 자금을 확대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적인 시설 투자와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 발굴, 지원을 통해 전통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서민 생계 터전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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