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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의 시와 함께] 달의 집 박정남(19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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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보름달을 잘 들여다보면

어머니의 거친 자갈돌 같은 질이 느껴진다

겨울 찬바람 소리도 들려온다

푸른 달빛 밤새 흘러나오는

다 닳아서 깊은

그곳은

흥건히 고여 있다

세찬 폭포수 쏟아지듯

어머니의 터진 양수를 따라

피 묻은 달 하나가

풀어헤친 검은머리를 빠져나오던 날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손을 놓고 말았다


―시집 『꽃을 물었다』 (시인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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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토끼가 떡방아 찧던 보름달 속엔 누가누가 사나? 어머니의 질, 찬바람 소리, 푸른 달빛, 물웅덩이가 '달의 집'에 모여 살고 있구나! 이처럼 모성, 생명력, 신성, 풍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보름달은 생명 에너지가 충만한 우주의 자궁이자 모태이다. 따라서, 보름달은 만물을 낳는 어머니와 풍요로운 대지가 결합된 지모신(地母神)이다. 이는 땅을 곧 어머니처럼 성스럽게 여기듯 보름달을 신성시하거나 신격화함을 의미한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손을 놓고 말았다." 여기서 '손을 놓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머니께서 나를 낳으시고 곧바로 세상을 뜨셨다는 말인가? 그래서 내가 천애고아(天涯孤兒)로 남겨졌다는 말인가? '달'이 우주의 궤도 안에서 공전과 자전을 하듯, '나' 또한 인생의 궤도 따라 공전과 자전을 하며 홀로 살아가야 한다는 운명일까? 아니면, 우주적 고아가 된 '내'가 모태 신앙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대로 살아가라는 천명일까? 모름지기 그것은 저 둥근 보름달만이 환히 꿰뚫어 아는 비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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