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대구시 수성구 들안길의 한 식당에서 여고생 아르바이트생을 만났다. 우리 일행의 테이블에서 열심히 서빙하고 있기에, "대학생이냐"고 물었다. 해맑게 웃으며 "고등학교 2학년인데요"라고 답했다. 대견해 보였다. 함께한 일행과 각 1만원씩 꺼내어 2만원을 팁으로 줬다. 더불어 자동차 뒷좌석에 있던 미래의 직업(진로) 관련 책도 선물해줬다. 식사를 끝내고 나올 때는 그 여고생에게 "파이팅!"이라고 살짝 외쳤다.
한 달쯤 후에 우연히 다시 그 식당에 갔는데, 그 여고생이 보이지 않길래 "아르바이트 여고생은 오늘 쉬는 날인가요?"라고 물었다. 주인의 대답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교생 아르바이트생은 다 정리했습니다"였다. 이를 전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씁쓸했다. 그 여고생은 그때 대화 도중에 '어머니가 아프다'는 얘기를 살짝 했었다.
시내 한 한정식집에서 만난 친절한 직원도 지난달 이후에 이제 더 이상은 볼 수가 없다. 올 초부터 단골이라 한 달에 서너 번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반갑게 맞이해주던 직원이었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직원이었다. 스페셜 안주라며 '계란 프라이'를 해주기도 했다. 손님과 직원 사이에 오가는 정(情)이 느껴졌다.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줬던 그 직원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그 한정식집에는 주인 식구들과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1명만 남아 있다. 아직도 한 달에 한두 번씩 가지만, 그 직원과 만날 수가 없으니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수개월 사이 단골 식당에서 친근감을 느꼈던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직원과 두 번의 이별을 했다. 누굴 탓하겠는가. 식당 주인 역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었던 탓에 당연히 직원을 줄여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의 지인들 얘기를 들어봐도, 식당 등 자영업을 하는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 직원을 더 늘렸다는 사례를 거의 듣지 못했다. 영세한 식당, 편의점, 프랜차이즈 대리점은 이미 소규모 가족 경영 체제로 들어선 지 오래 됐다. 그나마도 경기가 좋지 못해 본인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는 곳이 대다수라고 하니,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얼마나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이 서민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 가정은 100%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각한 대한민국 현 경제 상황에 대입시킨다면, 상당 부분 부정적 결과를 야기시킨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경제 주체들 중에 약자들의 고용 상황을 겉잡을 수 없이 악화시켰으며, '보이지 않는 손'(공급과 수요에 따른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나서서 막아버린 셈이다.
대한민국 중산층이 두텁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만달러가 넘는 나라였다면,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서민근로자를 위한 경제정책이 도리어 부메랑이 되어 경제 약자들의 일할 자리를 뺏어버리는 역설을 문재인 정부는 알아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다. 백두산 천지의 하늘도 맑았다. 부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땀과 열정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데도 발휘되길 간절히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