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를 바로 잡아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나라 발전에 기여해온 박정희 대통령과 삼성 이병철의 공적은 역사에서 평가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과 교육을 둘러싼 부분에 있어서는 과(過)가 뚜렷이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인 경주최부자의 후손 최염(86) 선생이 3일 오후 대구항교 유림회관 대강당에서 '구 대구대학과 한국현대사' 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1947년 옛 대구대학 설립을 주도한 문파(汶坡) 최준(1884년~1970년) 선생의 주손(胄孫·맏손자)이다. 현재 영남대의 전신인 옛 대구대학은 상해 임시정부 재정을 지원해온 독립지사 경주최부자 후손 최준 선생이 설립을 주도했고, 당시 대구경북 유림 20여 명이 뜻을 함께 해 모금 활동을 펼쳐 '민립 대학'으로 출범했다. 건국 이후 토지개혁과 군사정부의 대학정비령에 따라 가산을 다 털어 더 이상 사재 출연이 어려워진 최준은 '한강 이남 최고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삼성 이병철에게 대구대학을 넘겼다.
최 씨는 "할아버지가 민족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재 육성과 대학 발전을 위해 어떠한 대가 없이 경영권을 위탁했지만, 이병철은 임의로 대학을 박정희에게 헌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대구대학은 1967년 청와대가 경영권을 가진 청구대학과 합병돼 현재의 영남대로 만들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설립자인 할아버지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강제로 합병이 이루어졌다"고 술회했다.
이후 12·12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의 배려로 1980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남대 재단이사장으로 등장하게 된다. 대학 정관에는 교주를 박정희로 명시했다.
"위탁경영하던 삼성이 대학을 사유물인양 정권에 헌납한 행위는 한국현대사의 뼈아픈 질곡(桎梏)입니다. 당시에 민(民)은 없고 사(私)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대학의 본보기로 바꾸는 통에 이 나쁜 선례가 대한민국을 뿌리 채 좀 먹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그는 영남대는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대학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영남대가 '대구시립대학교'로 재편돼 많은 인재들이 등록금 부담없이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집안으로서도 그 이상의 영광이 없을 것입니다."
한편 경주최부자민족정신선양회와 영남대정상화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최 씨의 강연회에는 지역 문중, 유림 단체, 학계, 시민 등 400여 명이 찾아 대구향교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정지창 영남대 전 부총장, 석주 이상룡 선생 후손인 이항증 전 광복회 경북지회장, 서훈 전 국회의원이 축사를 했고, 이부영 전 국회위원,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정대화 상지대 총장 직무대행, 이상욱 영남대민주동문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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