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국제기계산업대전'에서 돋보인 유망 기업들

기계·부품·로봇 종합전시회인 '대구국제기계산업대전'이 1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363개사 900개 부스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대구의 경우 일찍이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이 발달해 기계·부품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이날 참가한 기업들은 각자의 최신 기술을 내세워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삼익THK, 현대로보틱스 등 지역 대표기업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기술력을 앞세운 유망 기업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이번 행사에서 돋보인 유망 기업을 살펴봤다.

◆고주파 충전기 생산업체 (주)동은전지

(주)동은전지가 개발한 고주파 충전기 제품
(주)동은전지가 개발한 고주파 충전기 제품 '챠베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게차 등 산업운반기계에 쓰이는 고주파 충전기를 내놓은 업체도 주목을 받았다.

경북 구미시에 있는 ㈜동은전지는 지난 10월 출시한 고주파 충전기 '챠베스'를 선보였다. 기존 산업운반기계 충전이 단순히 전류를 배터리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주파를 흘려보내 충전하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동은전지 김상호 대표는 현재 국내에 보편화된 산업운반기계 충전 과정이 지나치게 불편하다고 했다. 기존 충전기는 무게가 무거워 활용도가 낮은데다 충전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수명도 짧다며 고주파 충전기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김 대표는 고주파 충전기의 경우 단순히 경량화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기능 면에서 기존 제품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자신했다. 산업운반기계에 쓰이는 납배터리의 경우 단순히 전류를 흘려서 충전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고주파 충전 방식으로는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전류만 흘리면 배터리 내부에 있는 황산이 굳어 배터리 수명을 갉아먹는데 고주파는 황산을 오히려 녹이는 효과가 있다. 배터리 수명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며 "충전 시간도 3~5시간 정도로 기존 8시간에 비해 짧은 편이다. 충전이 번거로워 배터리를 2개씩 싣고다닐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반 지게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해 온, 배터리 업계에서는 '문외한'에 가깝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대신 지게차 충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점이 2015년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년 동안 지게차 수입을 하면서 불편함이 많았다. 국내 제품은 무게가 120kg에 달할 만큼 너무 무거워 활용도가 낮았고 수입 제품은 가격이 문제였다"며 "실패하면 우리 공장에라도 개선된 충전기를 쓰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5년간 수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쓰면서 매달린 결과 기대보다 좋은 제품이 나와서 시장에 소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은전지는 내년 중으로 일반 가정에 쓰이는 리튬전지에도 적용되는 충전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고주파충전기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가 많지 않은데다 최근 전기차 보급 등 충전 수요도 크게 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성공적으로 개발을 마치면 충전기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충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 (주)유진엠에스

(주)유진엠에스가 개발한 3D 비전 로봇시스템.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주)유진엠에스가 개발한 3D 비전 로봇시스템.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로봇 분야에도 유망한 지역 업체가 대거 참가했다.

스타트업 위주의 지역 참가 업체 중에서 올해로 설립 17년째를 맞은 유진엠에스는 지역 로봇 업계에서는 '큰형님' 축에 속한다. 해당 업체는 공장 자동화 라인을 구성하는 산업용 로봇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유진엠에스가 자랑하는 로봇 기술은 3D비전 기술을 적용한 산업용 로봇이다. 3D카메라로 물건의 위치를 보고 집어서 움직이는 방식이다. 물건이 무작위로 배열된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도 문제없이 위치를 파악해 행동할 수 있다. 수많은 물건 속에서 특정 물건을 집어내야 하는 경우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행사장에 배치된 로봇팔 앞에 물건을 아무렇게나 내려놓자 로봇은 물건을 집어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놨다. 로봇에 연결된 3D카메라는 로봇이 어떻게 물건을 인식하는지 화면으로 보여줬다.

유진엠에스 측은 일반적으로 산업용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시연 수준이 아니라 이미 상용화 과정을 거친 만큼 기술력은 압도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엠에스 관계자는 "로봇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며 "어떤 일을 해야할 지 인식하고 정확히 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정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는 국내에 많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최근 위험하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 생산 공정에서 인력 활용을 배제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로봇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에 본격적으로 공장 자동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용 로봇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유진엠에스는 지난해 대구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제2공장을 신축하기도 했다.

유진엠에스 관계자는 "사람이 해서는 안될 일을 대신하는 것이 로봇이다. 예를 들어 중금속인 아연의 경우 인체 접촉 시 유해하지만 일부 산업 공정에서는 필수적으로 배출된다"며 "생산 현장의 안전을 강조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산업용 로봇 시장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 산업용 냉각기 제조업체 (주)덕산코트랜

(주)덕산코트랜이 개발한 자연 모사형 수질정화장치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주)덕산코트랜이 개발한 자연 모사형 수질정화장치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자동차 부품과 섬유 등 지역 대표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성장을 거듭하는 지역 기업도 행사에 참가했다.

㈜덕산코트랜은 산업용 냉각기를 전문 제조하는 지역 중소기업이다. 1989년 덕산산업으로 출발해 현재 국내 산업용 냉각기 분야 선두기업으로까지 성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중소형 산업용 냉각기 시장에서 덕산코트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육박한다. 2위 업체의 점유율이 10%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점유율이다.

산업용 냉각기는 금형기기나 플라스틱 사출기, 반도체 생산기기 등 일정한 온도 유지를 필요로 하는 제조 현장에 꼭 필요한 제품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부품'이 아닌 한번 생산하면 오래 쓰이는 '설비'여서 대기업 진출 사례가 없는 분야기도 하다.

덕산코트랜 측은 산업 생산 과정에서 물건을 정확히 식히고 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품의 불량률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마지막 냉각 과정이라는 것이다. 덕산코트랜 관계자는 "예를 들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한 경우 어느 온도에 얼마나 식히느냐가 불량률을 좌우한다. 온도가 낮아 빨리 식어도, 온도가 높아 늦게 식으면 불량"이라며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지만 산업 공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냉각기"라고 말했다.

냉각기 외에도 덕산코트랜이 자랑하는 제품은 온수기·온유기다. 덕산코트랜의 온수기는 물의 온도를 180℃까지 유지할 수 있다. 물에 압력을 가해 온도가 100℃를 넘겨도 끓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덕산코트랜 관계자는 "일부 제품의 경우 정상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100℃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돼야 한다. 압력을 가해 끓는 점을 높여 생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일반 온수기에는 없는 기술"이라고 자랑했다.

덕산코트랜은 대기업 진입이 힘든 산업용 냉각기 분야에 뛰어들어 매년 10%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180억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 무난히 2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인정도 이어져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대구시 '스타기업 100'에 선정됐고 2012년에는 대구시 중소기업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2차 전지 수요가 크게 늘며 새로운 판로도 마련했다. 2차 전지 생산 특성상 생산의 전 공정에 냉각이 필요해 덕산코트랜의 제품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해 기준 덕산코트랜 매출의 60~70%가 삼성SDI, LG화학 등 2차 전지 분야 대기업 납품에서 나왔다.

덕산코트랜 관계자는 "앞으로 냉각기가 필요한 정밀 제조업의 전망이 좋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국내 수요에 더해 수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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