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청 신도시, 늦가을 안개로 울상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2년 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주말 내내 TV 앞을 지켜야 했다. 배달 손님이 많아 '매출 골든 타임'으로 통하는 주말 내도록 짙은 안개 때문에 배달 영업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오후 6시 이후 땅거미가 내리면서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아예 세워둬야 했다. A씨는 "지난 주말에는 가시거리가 채 1m도 안 될 정도로 안개가 심해 주말 장사를 공치다시피 했다"며 "조류독감보다 더 무서운게 안개"라고 하소연했다.

경북도청 신도시의 자영업자들은 늦가을(10~11월)만 되면 울상이다. 9월부터 달을 거듭할수록 안개 일수가 늘어나 밖으로 나오는 주민도 크게 줄어드는 데다 배달 손님도 뚝 끊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유동인구가 적은 신도시에 불청객 안개마저 주민들의 외출을 막고 있어 안개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도청 인근 식당 주인 박모(52) 씨는 "요즘 앞이 잘 분간되지 않을 정도의 안개가 끼는 날이 잦아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역시 "신도시 상권은 주말이면 대구로 빠져나가는 인구 탓에 실제 영업 일수도 적다"며 "그나마 상주하는 주민들도 심한 안개로 외출을 꺼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주민 박영진(38) 씨는 "안개가 많이 낀 날엔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식구들과 외식을 한 번 하려 해도 자동차 운전대를 잡기가 겁난다"며 "이럴때는 '방콕'(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에 콕 틀어박혀 있는 것을 가리키는 은어)이 상책"이라고 했다.

안동기상대에 따르면 도청신도시의 경우 올초부터 이달 25일 현재까지 안개 일수가 47일을 기록했다. 이 중 9월의 경우 9일, 10월과 11월은 각각 이틀에 한번 꼴인 15일을 기록했다. 대구의 경우 이 기간(9~11월)에 안개 낀 날은 고작 5일뿐이었다.

이처럼 도청신도시에 유독 안개가 잦은 이유는 소백산, 태백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다 주변에 안동댐, 임하댐이 있고 낙동강이 시내를 가로지르며 흐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동기상대 관계자는 "안동지역은 경북 시·군 중 울릉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안개가 가장 많이 관측되는 도시"라며 "분지 지형과 주변에 있는 댐 등의 영향으로 안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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