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본 적이 있는가? 이때 우리는 아주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당혹스러움, 혼란스러움, 배신감, 분노, 좌절, 절망감 등일 것이다. 그리고 점차 강한 의구심이 들거나 부정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한다.
최근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완벽한 타인'은 비밀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34년이나 알고 지냈던 동창생들은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색다른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식사 시간 동안 각자의 핸드폰으로 연락 오는 내용을 모두 공유하자는 제안이다. 주인공들의 거북스러운 마음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태연한 모습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점차 서로의 비밀이 하나둘씩 파헤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비밀을 숨기고자 일어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재미를 더해주며 영화는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숨기고자 애써왔던 각자의 면모가 서로 뒤엉킨 채 드러난다.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서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만 느끼는 걸까? 드러난 비밀을 마주한 주인공들처럼 관객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런 마음을 눈치챈 듯, 식탁 위 반지가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한다. 그리고 동창생들이 처음 만났던 시간으로 되돌려진 영화는 평소처럼 지극히 평범한 저녁 식사와 무탈한 헤어짐으로 끝난다.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척, 아니 어쩌면 부인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는 듯하다.
이처럼 비밀은 때때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된다. 이러한 비밀을 대하는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밀이 되어버린 과정이나 이유보다는 비밀의 내용에 너무나 당혹스러워한다. 둘째, 그 당혹스러움으로 잡고 있던 상대방의 손을 그만 놓친다. 셋째, 자신의 손이 놓쳐진 것을 본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뒤돌아선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난 비밀 앞에 연결된 손을 놓고 각자의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리는 영화처럼 말이다. 이때의 비밀은 우리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지 말아야 할 존재이며, 죽을 때까지 숨겨져야 할 존재가 된다. 결국 우리를 더욱 완벽한 타인으로 만들 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와 다른 비밀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배우자의 비밀을 알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그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는 비밀을 다르게 대했다. 바로 비밀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왜 비밀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하며 배우자의 삶을 궁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궁금증은 배우자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변했다. 이때의 비밀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기회를 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변화된 나와 네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창조의 존재, 회복의 존재이다.
어쩌면 비밀은 비밀의 내용보다 비밀을 만들게 된 역사와 함께 바라볼 때 비밀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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