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 대표 40명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개혁을 두고 토론했다.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가 노 대통령에게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 있다. 그때는 왜 전화하셨느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며 "청탁 전화가 아니었다. 그 검사를 입회시켜 토론하라면 하겠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간담회에 배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밝혔다. 검찰 등 사정 라인을 맡고 있고 검찰 개혁 총대를 멘 민정수석으로서는 검사와의 대화 자리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문재인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됐고, 김 검사는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장이 됐다.
청와대에 수석이 여럿 있지만 가장 힘이 센 자리는 민정수석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올라오는 정보가 민정수석을 거쳐 대통령에게 직보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정보를 독점하는 까닭에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총리, 장차관 등에 대한 인사 검증도 민정수석이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문재인 민정수석처럼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에게 민정수석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힘이 세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많아 민정수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사람은 드물다. 박근혜 정권만 봐도 그렇다. 곽상도 수석은 4개월여, 홍경식 수석은 10개월 만에 부실 인사 검증 여파로 퇴진했다. 김영한 수석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파문 속에 이른바 '항명 사태'로 8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우병우 수석은 영어(囹圄)의 신세가 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조국 민정수석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야당들은 조 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 부담을 덜어 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권은 바뀌었는데도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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