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적 이상 증상으로 인해 응급실이나 병원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검진과 검사를 한 뒤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할 경우 환자의 입장에선 정말 황당하죠. 분명히 이상 증상이 있고, 그것도 엄청 괴로워서 찾아온 병원인데 아무 이상이 없다니……."
김준원(38)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른 의학분야의 경우 대부분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신체의 구조 자체에 이상이 없으면 '괜찮다!'고 하는 반면에, 정신건강의학과는 뇌의 기능적 문제를 찾는다는 점에서 차이점과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호흡이나 두근거림, 불안 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환자에게 그 원인을 모르는 상태 만큼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원인을 모른다는 것은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니까요. 정신과 차원에서 증상과 원인을 설명하고, 이것이 치료 가능한 것임을 이해시켜 드리면 환자분들은 안심하게 됩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김 교수는 "정신과적 질환은 '마음의 병'이라는 편견 탓에 환자들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정신과 질환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상의 문제로 인해 나타나고,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의과대학 시절 정신건강의학 분야를 전공하기로 한 것도 이런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 사회적 편견에 의해 감추어졌던 정신과적 문제들이 편견이 해소됨에 따라 더 많이 드러날 것이고, 또한 환자와 일반인 사이의 폭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정신건강 전문가의 역할이 훨씬 커질 것이란 전망이었다. 특히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되기로 한 것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과 함께 성과와 보람이 작용했다. 어르신이나 성인보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치료효과가 높고, 향후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뇌발달은 균형적이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훌륭한 성인으로 자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이를 치료하고 관리하면서 (뇌가 균형적으로)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야단치는 것은 해법이 아닙니다."
김 교수는 상담과 약물처방이라는 전통적인 치료와 함께, 특히 경두개 자기자극술(TMS)과 경두개 직류자극술(tDCS)을 이용한 뉴로모듈레이션 등을 포함한 여러 비약물적 치료를 적용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저의 전공인 정량뇌파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뇌의 전기생리학적 이상 여부를 평가할 수 있어 임상적 활용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술입니다. 뇌는 건강할 때 균형잡힌 뇌파가 나오지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습장애, 치매,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이 생기면 균형이 무너지면서 특정 뇌파가 많아지거나 줄어들게 됩니다. 정신질환의 여러 병리현상을 진단하고 약물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임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 연구에 기여하는 임상을 하는 그런 의사이자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약력>
▷서울 여의도고 ▷중앙대 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 ▷국립공주병원 뇌기능연구소 소장(인터넷중독 클리닉) ▷국립공주병원 소아청소년 과장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온라인 학생정신건강 자문의 ▷서울해바라기센터 자문의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임상강사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조교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제18회 환인정신의학상 젊은의학자상 ▷2017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우수포스터상 ▷2018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춘계학술대회 우수포스터상 ▷2018 대한생물치료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우수포스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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