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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의 시와 함께] 목련두부 박봉희(1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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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시장은 목련이 간판이다 거기 두부 가게는 국산 해수 두부만 판다 나는 그 두부만 사먹었다 몇 번의 목련이 피었다 졌을 때 나는 몇 블록 옆 국산 두부와 중국산 두부의 노점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반값 싼 중국산과 국산의 사이는 너무 가까웠다 한번은 국산, 한번은 중국산을 번갈아가며 샀다 또 몇 번의 목련이 피었다 졌다 그러다가 나는 중국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두부 앞에 서면 죄 짓지 않아도 죄스러워진다 두부를 살 때마다 막 출소한 자의 심정으로 두부를 받아든다 두부는 두부일 뿐이다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짜고 굳힌 두부의 일대기 같은 목련, 물오른 나뭇가지 위 두부가 돋을새김으로 돋아난다

―시집 '복숭아꽃에도 복숭아꽃이 보이고' (문학의 전당, 2018)

* * *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바로 우리 집 근처에 목련시장이 있다. 목련이 간판이라서 목련시장이라니! 나는 목련아파트 들어서는 길목에 장이 서서 목련시장이라 부르는 줄로만 사뭇 알았다. 남다른 눈을 가진 자가 제대로 된 시인이다. 시인은 목련시장에 들러 두부를 산다.

처음엔 가게에서 국산 해수 두부만 사고, 그러다가 노점에서 국산과 중국산 두부를 번갈아가며 사고, 나중엔 중국산만 산다. 몇 번의 목련이 피고 질 때마다 장바구니에 담기는 두부의 국적이 이렇게 바뀌었다. 그래서인가? 중국산 두부를 주문하고 돈을 건넬 때면 "죄 짓지 않아도 죄스러워지"는 까닭은? "막 출소한 자의 심정"으로 두부를 공손히 받아든다. "두부의 일대기 같은 목련"처럼, 놀랍게도 '목련'을 '두부'에 빗댄 것은 아이보리 색상과 부드러운 촉감이 서로 닮은 것도 그러하지만, 목련과 두부의 "돋을새김으로 돋아나"는 생명성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던가?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짜고 굳힌 두부" 속에는 가족의 밥상을 위해 일터나 시장 바닥을 바지런히 누비고 다니는 서민들의 애락이 오롯하게 배어 있구나!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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