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핵과 미사일은 남을 겨누는데 적을 적이라 못하는 정부

국방부가 내년 1월 발간할 '2018 국방백서'에 '북한정권·북한군=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현 백서인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주요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런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2018 국방백서'가 '2016 국방백서'와 전혀 다른 정세 판단 위에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가 더 이상 주요 안보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합의했지만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북미 정상회담과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북한 비핵화는 전혀 진전이 없다. 오히려 북한은 북한 전역에 산재한 비밀 미사일 기지를 꾸준히 운용·증강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전력을 없애기 전에 미국의 핵전력을 먼저 없애는 것"이라며 '핵 군축 회담'과 이를 통한 '핵보유국 인정' 속셈을 노골화했다.

이는 북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는 여전히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임을 증명한다. 게다가 120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의 위협도 그대로다.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들 우리의 적이라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18 국방백서'가 적으로 규정할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 중 현실적으로 그런 세력은 누구겠는가? 북한 아닌가. 적을 적이라고 적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퇴행적 안보관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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