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무술년, 참 멋지게 잘 살았다"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이제 몇장 남지 않아 앙상해진 달력을 한장 더 뜯어내며, 숨차게 달려온 한 해를 뒤돌아본다. 매년 12월 이맘 때면, 직원들과 모여 조촐하게 김밥 한 줄 싸먹고, 미리 준비해온 편지를 공개하는 감사 송년회를 정기적으로 해왔다. 함께 수고하고 고생했던 직원들이 모여서 한해 동안의 감사를 이야기하고 나눈다.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서로를 향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기도 하고, 업무상 서로 힘들게 하고 마음 상하게 했던 것을 솔직히 고백하며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한 감정을 회복하는 감사송년회는 그 어떤 업무시간보다도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지난주 직원들과 감사 편지를 서로 읽으며, 2018년이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심에 감사합니다." 20여명이 넘는 중간관리자들이 사뭇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부터 완전한 누군가는 없다. 한 직원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성장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작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내 지식이 온전하지 않고 부족한 상태에서 직원들에게 결과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나'라는 반성을 해 본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함께 즐길 수 있는 2019년을 만들고 싶다"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 속으로 든 생각이다. 경영은 리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협력 없이는 되는 일은 없다.

올해도 직원들과 함께 웃고 때로는 힘든 일을 헤쳐나가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많은 일들도 많이 겪었다. 그 일들을 극복해가는 시간 속에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간다.

삶이라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다. 모든 일들이 예상한대로 움직이고, 계획대로 정확하게 돌아간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기에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며 극복해 가는 것이다.

인생을 여행에 자주 비교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부푼 꿈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막상 여행하는 과정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이어서 힘들고 지쳐버린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그런 어려운 일들이 최고의 추억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올 한해도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음을 고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지 못할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이라는 것을 마음 속에 새기며, 멋지게 하루 하루 채워갈 기해년을 기다려본다. 무술년도 참 멋지게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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