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 "뜨뜻하니 쉬어가소" 겨울산행 + 온천여행 건강 패키지

응봉산 덕구온천, 칠보산 백암온천, 청량산 도산온천
명산과 온천명소는 세트메뉴
등산으로 산소 챙기고, 온천으로 노폐물 빼내고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중턱에는 덕구온천의 온천수인 원탕이 있다. 겨울 등산객이 원탕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수를 맛보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중턱에는 덕구온천의 온천수인 원탕이 있다. 겨울 등산객이 원탕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수를 맛보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자, 따뜻한 물이 있어요. 일단 와봐. 내가 다리에 화살 맞고도 이 물 묻혀서 다 나았잖아. 하루만 있어도 찢어진 살이 다 붙어. 멧돼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오늘 공개합니다. 자, 옆집 사슴도 화살 맞고 시름시름 앓다가 이 물 몇 번 적시고 지금 마구 뛰어다녀. 뒤쫓아 온 사냥꾼이 보고 황당해서 입을 쩍 벌렸잖아. 그 물이 이 물이란 말씀이야. 속고만 살았나. 일단 와서 담가보시라니까요."

참 오래 되었다. 온천 발견의 규칙이다. 멧돼지나 사슴은 사냥꾼에 쫓긴다. 치명상을 입고 숨은 곳엔 따뜻한 물이 솟아난다. 잠시 쉬었을 뿐인데 원기를 회복하고 재빨리 달아난다. 온천 발견은 사냥꾼의 몫으로 돌아간다. 모두의 해피엔딩이다.

사람에게도 가벼운 트래킹 후 온천욕은 대표적인 면역력 증강법이다. 발열 효과 덕분이다. 멧돼지와 사슴이 힌트를 준 곳들은 이름 난 산 인근에 있다. 새삼스럽게, 축복이다.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등산길에는 세계유명교각의 미니어처 교각이 있어 등산객들이 피로감을 잊는다.금강송 사이로 경복궁 취향교를 본뜬 미니어처 교각이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등산길에는 세계유명교각의 미니어처 교각이 있어 등산객들이 피로감을 잊는다.금강송 사이로 경복궁 취향교를 본뜬 미니어처 교각이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응봉산과 덕구온천

응봉산(해발고도 999m)은 삼척과 울진의 경계에 있다. 응봉산을 다녀온 이들은 대개 울진에서 올랐다. 덕구온천 프리미엄에 산책로같은 등산로 덕분이다. 덕풍계곡과 협곡을 지나는 삼척 코스에 비하면 소풍이다.

울진에서 오르는 산행은 크게 세 가지 코스다. 응봉산 정상에 도전하는 원점회귀형(12.6km), 덕구계곡을 따라 원탕까지 다녀오는 산책형(8km), 역시 덕구계곡을 따라가나 응봉산의 명물, 전세계 교각 미니어처 13개만 보고 오는 세계일주형(9.2km)이다. 어디를 선택하든 겨울산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맑은 기운이다.

원탕행을 택한다. 편도 4km다. 평탄한 길이다. 약간의 오르막과 바위, 그리고 약간의 계단에 단조로움을 던다.

녹음으로 가득했던 응봉산의 풍요는 기억 속 낯선 풍경이다. 겨울의 색은 검소하다. 백색과 회색만이 계곡을 따라 흐른다. 금강송이 유달리 붉어 사치스럽다.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등산길에는 세계유명교각의 미니어처 교각이 있어 등산객들의 피로감을 잊게한다.영국의 트리니티교 미니어처 교각.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등산길에는 세계유명교각의 미니어처 교각이 있어 등산객들의 피로감을 잊게한다.영국의 트리니티교 미니어처 교각.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미니어처 교각은 원탕과 함께 응봉산의 랜드마크다. 세계 유명 교각 13개가 차례로 나타난다. 원탕까지 갔다 돌아올 경우 마지막 다리인 영국의 포스교를 볼 수 없다.

덕구계곡에 들어선 지 오래지 않아 선녀탕과 용소폭포를 만난다. 국민학교 교과서의 철수와 영희를 만난 기분이다. 계곡의 낙차가 폭포 급은 아니고 고인 물이 깊으면 으레 '선녀탕'이나 '용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고봉 이름이 '천왕봉'인 산도 그렇다. 좋은 이름을 널리 활용하는 건지,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비슷한 건지.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중턱에는 덕구온천의 온천수인 원탕이 있다. 원탕 뒤편으로 덕구온천까지 온천수를 보내는 파이프라인이 보인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경북 울진군 북면 응봉산 중턱에는 덕구온천의 온천수인 원탕이 있다. 원탕 뒤편으로 덕구온천까지 온천수를 보내는 파이프라인이 보인다.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1시간이 채 안 돼 원탕에 도착한다. 얼어있던 계곡이었는데 이곳에선 녹아 흐른다. 온천수 효과다. 원탕에서 김이 펄펄 난다. 이 물이 덕구온천 온천수다. 섭씨 43도다. 바가지에 물을 받아 마시는 이들도 있다.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온천수는 파이프라인에 실려 덕구온천으로 들어간다. 올라오는 내내 보이던 수로관이 온천수 통로다. 덕구온천은 몇 년 전만 해도 뜨거운 물만 나와서 갑갑했다는 이용객들이 있었을 정도였다. 물에 대한 자신감이다. 요즘은 차가운 물도 잘 나온다. 스파시설까지 갖춰놓고 손님을 맞는다. 통증 제어에 좋다고 입소문 나 있다. 치통은 제외.

칠보산에 오르면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을 잇는 명사 20리 해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덕군 제공
칠보산에 오르면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을 잇는 명사 20리 해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덕군 제공

◆칠보산과 백암온천

영덕 칠보산(해발고도 810m)은 겨울철 보물이다. 특히 칠보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는 등산로가 이런 찬사에 제격이다. 고래불해수욕장과 대진해수욕장을 잇는 명사 20리 해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 밀도도 높아 '금강소나무밭'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예술작품에 흔히 쓰이는 '감동의 도가니'란 말이 아깝지 않다. 풍수지리와 자연 환경에 민감하다는 대기업 연수원도 근방에 있다.

칠보산 산행은 크게 돌자면, 다 올라왔는지도 모를 만큼 존재감은 낮으나 분명히 767m 정상 안내판이 존재하는 등운산을 거쳐 정상석을 찍고 유금사로 빠지는 코스가 있다.

하지만 웬만한 등산마니아가 아니라면 칠보산자연휴양림 부근 산책로를 중심으로 등운산까지 다녀오는 한 바퀴로도 충분하다. 겨울의 칠보산 정상은 정상석 인증샷 외에 큰 의미가 없다.

칠보산자연휴양림 산책로와 연결된 숙소. 영덕군 제공
칠보산자연휴양림 산책로와 연결된 숙소. 영덕군 제공

칠보산자연휴양림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곳으로 등산로가 매우 잘 정비돼 있다. 이 말은 즉 국가가 운영하는 휴양림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방법이 있긴 하나 언론에서 편법을 조장할 수는 없기에. 입장료는 1천원이다.

이곳에서 백암온천까지 자동차로 1시간 10분 거리다. 땀이 다 식어버릴 시간이다. 급한 대로 백석해수욕장 인근에 심층수온천이라는 곳이 있다. 백암온천까지 거리가 마뜩잖다면 바닷가에 접한 이곳으로 가도 무방하다.

백암온천은 섭씨 53도의 온천수로 만성피부염, 부인병, 동맥경화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라돈이 포함된 방사능유황천으로 물이 매끄럽다. 이곳도 동물의 수난사가 유레카로 연결된 경우다. 창에 맞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 발견한 것으로 전해온다.

청량산 선학봉과 자란봉을 잇는 하늘다리. 청량산 등반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봉화군 제공
청량산 선학봉과 자란봉을 잇는 하늘다리. 청량산 등반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봉화군 제공

◆청량산과 도산온천

퇴계 이황의 산으로 알려진 청량산(해발고도 870m)의 매력은 차고 넘치지만 겨울철에는 등산코스 고민에 긴 시간을 들일 수 없다. 해가 짧아서다. '청량산도립공원 안내도'에 5개 코스를 표시해뒀다. 그중 청량사, 하늘다리, 장인봉을 거쳐 청량폭포로 하산하는 코스가 겨울철에는 가장 보편적인 코스다. 5.1㎞, 예상 소요시간은 3시간이다.

멀리서 보면 주사위처럼 보이기도 해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축융봉을 욕심내면 등산시간과 경로가 한없이 길어진다. 이나리강을 보며 금강대로 하산하는 코스도 추천되나 계단이 매우 가파르다.

청량산 등산의 모든 길은 입석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초심자에겐 진리다. 청량사로 들어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 난도도 낮다.

입석을 들머리로 산행 거리 1.3km, 30분이면 충분하다. 청량산 대표 풍취를 맞닥뜨린다. 청량사다. 기암절벽과 봉우리들의 호위를 받아 그 가운데 앉아 있다.

1.3km 더 오르면 하늘다리가 나온다. 하늘다리까지 왔으면 정상인 장인봉이 코앞이다. 최근 몇 년 새 출렁다리가 경쟁적으로 설치되기 전까지 국내 최장 산악 현수교는 청량산 하늘다리였다. 2008년 선학봉과 자란봉 사이에 90m 길이로 놓였다.

권불십년이라더니 10년이 채 안 돼 2016년 150m 길이의 파주 감악산에 타이틀을 내줬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는 지난해 개통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다. 200m다. 여기는 입장료 3천원을 받는다.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의 도산온천. 청량산 등산객들이 산행으로 뭉친 근육을 풀고 가는 곳이다. 김태진 기자 novel@imaeil.com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의 도산온천. 청량산 등산객들이 산행으로 뭉친 근육을 풀고 가는 곳이다. 김태진 기자 novel@imaeil.com

청량산 산행 후 남쪽 방면으로 가는 등산객들의 총애를 받던 도산온천이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도산면 온혜리에 있다. 동네 이름이 자비롭다. 온천의 은혜를 받은 곳이다. 산신이 피부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도에 응답해 점지한 곳이라는 얘기가 전해온다.

다만 시설은 은혜롭지 않다. 20세기형 동네목욕탕 느낌 팍팍 주는 시골 온천이다. 두꺼운 외투와 내복 한 벌로도 옷장이 가득 찬다. 간이온천장 허가만으로 시작한 지 26년. 시설 개보수에 나서지 못한 탓이었다. 고온 온천수가 아님에도 물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버텨온 셈이다.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어 여전히 절찬 영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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