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사춘기 나이에 얼굴 기형으로 고통받는 연주

병원비는 커녕 생활고에 시달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선천적인 안면기형인 최연주(14·가명)양은 코와 입천장, 입술 등이 없이 태어나 지금까지 매년 한번씩 큰 수술을 받고 있다. 연주가 태어난 뒤 집을 나가버린 아빠를 대신해 엄마 박미림(41·가명)씨가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쩍 말이 없어진 연주가 언젠가 무심코 던진 "죽고싶다"는 말 한 마디가 엄마에게는 가슴을 후벼파는 칼처럼 꽂혀있다.

엄마는 치료도 제때 못 해주고 연주가 갖고싶어하는 것 하나 못사줘 마음이 아프다. 중증 치매환자인 아버지를 모시며 연주의 간병까지 도맡아야 하는 박 씨는 감당하지 못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구순구개열과 바인더 증후군 둘다 안고 태어나

연주는 비정상적인 구강구조로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잘 먹지 못해 또래에 비해 덩치가 왜소하다.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평소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연주는 구순구개열 증세로 입과 입천장이 없이 태어난데다 바인더 증후군이라고 알려진 상악-코 형성 이상 증세로 콧대와 콧볼도 거의 없다.

박씨는 "연주가 태어났을 때 얼굴에서 눈 말고 정상적인 부분이 한군데도 없었다"며 "입천장, 입술, 치아교정, 코 형성 수술 등 매년 1회 이상 대수술을 해왔다"고 했다. 갈비뼈와 쇄골뼈 부위를 이용해 코 를 만드는 수술을 지금껏 수차례 했지만 여전히 연주의 코는 제대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받은 수술 비용만도 수천만원이 넘는다. 매달 1회 씩 10만원 정도 나오는 치과병원 정검검진도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박씨는 "수술을 할 때마다 500만원이 넘는 것은 기본, 약값과 검진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며 "여자아이라 어떻게든 얼굴을 고쳐주고 싶은데 치료시기를 계속 놓치기만 하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병원에서는 연주의 구순구개열 치료와 코 성형에 앞으로도 4천~6천만 원이 더 든다고 예상하지만 박 씨는 지금 당장 끼니를 떼울 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 두 딸 양육에 치매걸린 아버지까지 모셔

집을 떠난 남편은 술과 도박에 빠져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억지로 혼인신고를 할 만큼 가정에는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그는 둘째가 기형이라는 말을 듣고 끊임없이 낙태를 강요하다 박씨가 연주를 낳자마자 종적을 감춰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박 씨는 지난 2011년 재판 이혼소송을 거쳐 두 딸의 친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는 "연주를 지우라는 남편 말을 도저히 들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내 선택에 대해 후회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겨진 두 딸을 키우는 것은 온전히 박씨 혼자의 몫이었지만 첫째 양육과 둘째 간병에 매달리며 제대로 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결국 미용실 청소, 옷가게, 식당 등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도저히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친정에 들어왔다.

현재 박 씨는 허리디스크와 골다공증이 심한 친정 엄마를 대신해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도 간병도 짊어지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는 돈이라고는 매달 나오는 기초생활 수급비 40만원과 부모의 노령연금 20만원이 전부. 미혼인 박 씨의 친언니가 용역 청소일을 하면서 박 씨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나마 고정적인 일이 아니다보니

박 씨는 "사춘기인 연주는 마카롱을 좋아하고 옷구경도 좋아한다. 하지만 늘 병원비와 생활비 걱정에 시달리다보니 운동화가 다 떨어져도 제때 못 바꿔주고 갖고 싶어하는 길거리 화장품 같은 것도 맘대로 사줄 수 없어 미안하기만 하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