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거노인 내년 174만여명, 노인들은 고독사 트라우마…동네 복지관 찾는 72세 김영숙 씨

웰다잉 수업에서 한 할머니가 어린 시절 집을 그리고 있다. 범물 노인복지관 제공
웰다잉 수업에서 한 할머니가 어린 시절 집을 그리고 있다. 범물 노인복지관 제공

고독하게 생을 마감하는 노인이 늘면서 다양한 예방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실제로 홀로 생활하는 노인의 고독사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초고령화 시대(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를 앞두고 홀몸노인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보건복지부는 2020년 17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72만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2017년에 발생한 고독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전체의 41.5%에 달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일까? 정부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고독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고독사는 말 그대로 혼자가 아닐 때 예방할 수 있다.

*고독사: 혼자 살다 사망한 지 3일 이후 발견되는 경우

◆고독사 예방 대책

▶마음 치료

김영숙(72·가명) 씨는 7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김 씨의 자식들은 혼자가 된 어머니를 걱정해 자주 연락해 안부를 물었다. 남편의 사망은 김 씨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옆에서 함께 숨 쉬고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면서 김 씨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평소와 같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취미 활동도 지속했다. 당시 김 씨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남편의 마지막은 자신이 지켰지만 혼자 살다가 세상을 떠나면 곁에서 지켜줄 사람이 없어 불안했다. 결국 병원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다.

주치의는 김 씨에게 치료 대신에 노인복지관에서 웰다잉 수업을 들어볼 것을 권유했다. 복지관에서는 노인이 남은 생을 건강하고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웰다잉' 수업, 그리고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독거노인친구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업방식은 미술치료, 집단 상담, 야외 나들이 등 다양했다. 미술치료 시간에는 어릴 적 살던 집이나 가족 그림을 그려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씨는 다른 집과 다르게 손녀를 많이 아껴주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삶에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 어르신이 참가하는 '독거노인친구만들기'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정신과 전문의와의 집단 상담을 받기도 하고, 친구를 소개받아 고민을 공유했다. 매일 아침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자연스레 고독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트라우마가 줄어들었다.

▶원격 검침으로 고독사 방지

최신 IoT(사물인터넷.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 원격기술이 고독사를 예방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전국에서 최초로 원격 물검침을 시작한 대구시는 이 시스템을 홀몸노인 관리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평소 노인이 홀로 생활하는 가정의 물 사용량을 빅데이터로 축적해 변고(變故)가 생길 시 즉각 대응한다. 원격 물검침 시스템은 홀몸 가정에서 갑자기 물 사용량이 줄거나 누수가 발생하면 변화를 감지해 대구시 노인복지과에 보고한다. 관할구청 노인복지과 직원이나 복지사는 집을 방문해 홈몸노인의 문제 발생 여부를 확인한다.

LH도 원격제어시스템을 이용해 노인의 안전을 지킨다. 현재 경기도 시흥, 세종시 등에서 시범사업으로 확정된 스마트 홈에서는 원격제어 시스템이 수도, 가스, 전력 등의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상 상황이 감지되었을 때는 자녀에게 상황을 곧바로 통지한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냉난방이나 조명 등은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KT는 2017년부터 사회공헌사업으로 '독거노인 고독사 안심케어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IoT 센서를 홀몸 가정 전등에 달아 움직임이 없을 시에 가족과 담당 복지사에게 알림이 전송되어 고독사를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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