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와이드웹 30주년…되짚어본 사회변화

30주년 기념 구글 로고 (화면캡쳐=구글)
30주년 기념 구글 로고 (화면캡쳐=구글)

'www.imaeil.com' 전세계 어디에서나 대구, 경북의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본지 홈페이지 주소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경북 출신 전쌍순(54)씨는 미국 현지에서도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고향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이국에 살고 있다는 느낌보다 대구 경북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지금부터 30 년 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근무하던 팀 버너스-리가 처음 개발한 '월드 와이드 웹(이하 웹)'의 탄생으로 모든 사람들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2019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수품이 된 웹이 탄생 30주년을 맞아 그동안 사회변화를 되집어본다.

영국의 과학자로 1989년 WWW의 하이퍼텍스트를 고안한 팀 버너스 리 경. (사진=위키백과)
영국의 과학자로 1989년 WWW의 하이퍼텍스트를 고안한 팀 버너스 리 경. (사진=위키백과)

◆학원에 가야 인터넷을 쓰던 시절

1997년 인터넷 학원을 다닌 이상길(42) 씨는 당시만 해도 인터넷은 '배운 사람'의 소유물이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클릭만 하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그때는 복잡한 입력코드며 인터넷 접속 방법을 배워야 했다. 이 씨는 "당시만 해도 컴퓨터 학원에서는 인터넷은 편리하지만 배워야만 쓸 수 있는 것으로 가르쳤다. 지금 인터넷 사용법을 배우러 학원에 간다고 하면 웃을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쓸 수있는 특권과 같았다"라고 했다.

초창기 인터넷은 사용하는 사람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90년대 초반까지 사용하던 'DOS'를 떠올려 보자. 다른 컴퓨터나 인터넷 상에 있는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인터넷 용어(코드)를 입력해 찾아가야 했다. 입력코드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인터넷 이용이 불가능하고 시간도 무한대로 소요되었다.

웹이 상용화되면서부터 인터넷 사용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웹은 복잡한 코드를 입력하는 대신 클릭과 검색으로 인터넷 세상을 여행하는, 즉 웹서핑(Web Surfing)이 가능하게 했다. 선진국에서는 1997년 11%대이던 인터넷 이용자가 지난해 81%까지 늘어났고, 같은 기간 개도국에서도 41%까지 증가했다. 국내에는 1982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1992년 상업적 인터넷 서비스가 도입된 이래 현재 국내 99.5% 가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웹 수혜자에서 관리자가 되기까지

웹의 탄생으로 복잡한 코드를 입력하는 대신 간단한 검색이나 클릭으로 정보를 얻는 일이 가능해 졌다. 1세대 웹은 특정 집단이 아닌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로 시작해, 개인이 인터넷 상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2세대를 거쳐 사용자가 인터넷 망을 직접 감시하고 제어하는 3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1세대. 홈페이지 시대

1996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원기(57) 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이 그리워도 전화 한 통 걸기가 힘들었다. 국제전화를 걸었다가 전화비가 수 십 만원 요금폭탄을 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주고받는데 한 달 가량 걸리던 편지가 소통의 낙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메일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매달 60달러 기본료만 내면 야후 이메일을 통해 한국에 있는 가족과 거의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저렴한 요금의 인터넷 전화,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화상통화가 생기면서 실컷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세대 웹은 '홈페이지'의 탄생과 함께한다. 미국의 야후, 국내에서는 다음, 네이버 등 검색 홈페이지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종합포털 사이트가 등장했다. 초창기 포털사이트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뉴스와 이메일이다. 방송이나 종이신문으로 보던 뉴스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을 이용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몇 초 만에 편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MSN(Window Live Messenger)' '네이트온' 등 실시간으로 대화 가능한 채팅 사이트가 크게 유행해 한 동안 전성기를 구가했다.

웹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누구나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되던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 점이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고, 주식매매나 은행 업무같은 금융거래는 물론 물건을 사고파는 상거래까지도 인터넷 상에서 가능해졌다.

서문시장에서 도매상을 하는 김성희(56) 씨는 최근 아들이 가르쳐준 인터넷 뱅킹 덕분에 큰 수고를 덜었다. 김 씨는 "예전엔 대금 결제를 하러 은행이 문 닫을 시간에 가면 줄지어 서서 그야말로 시장 통이었다. 근데 요즘은 가게에 앉아 돈을 주고받다보니 그럴 필요가 없어져 너무 좋다"고 했다.

▶2세대. 사용자에서 주인공으로

김가연(29) 양은 유명 블로거 겸 온라인 인프루엔서이다. 학창시절 뛰어난 미모로 소위 얼짱으로 소개되며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가끔 학생 광고에 출연하거나 텔레비전에 잠시 등장해 용돈을 벌었다. 최근 그녀는 개인채널을 개설해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방송을 하고 있다. 유명세를 타자 옷이나 가구 협찬이 쏟아졌다. 방송을 구독하는 독자들 덕분에 영상 광고료를 벌고 있다. 김 씨는 온라인으로 삶을 공유하면서 일생 생활 그 자체가 직업이 되었다.

2세대의 특징은 개개인간의 소통, 네트워크가 더욱 단단해진 점이다.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의 등장으로 인터넷 사용 환경의 판도가 바뀌었다. 1세대 인터넷 유저들이 대형 포털사이트 등 플랫폼에 의존해 정보를 얻거나 사람을 만났다면, 2세대에서는 개인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었다. 인터넷 상에 다양한 개인채널이 생겨나면서 인터넷 유저들도 경제적 이익을 얻는 구조가 되었다.

1세대에서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주체가 정보를 가공하거나 개인 간의 소통을 통제, 제어할 수 있었지만 2세대에 들어와서는 플랫폼은 공간만 제공할 뿐 그 속에 담긴 콘텐츠나 정보 전달 방식은 개인이 정하도록 바뀌었다. 자연스레 언론 매체도 신문에서 방송으로, 지상파에서 케이블을 거쳐 개인 채널로 이동했다. 정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기존 관계자를 뛰어넘는 개인 전문가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정제된 스포츠 중계 대신에 마니아층이 제약없이 전하는 인터넷 방송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고, 천편일률적인 TV 예능을 넘어선 유튜브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역으로 지상파에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한된 정보만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에서 개인과 개인이 소통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대세가 넘어갔다. 네이버나 다음 등 1세대 포털 사이트도 뒤늦게 개인 채널을 개설하고, 방송국도 공식 유튜브 채널을 여는 등 변화의 흐름에 맞춰 이용자 붙잡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3세대.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1세대,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의 2세대를 뛰어넘는 3세대 웹은 어떤 모습일까? 3세대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개인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기능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동안 서버에 저장되어 공유되던 정보를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되어 누가 언제 어떻게 정보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정보를 제어하는 주체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사용자 모두가 되기 때문에 여태껏 문제가 되었던 정보의 조작이나 해킹을 감시하는 객체가 훨씬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을 감시, 제어하는 개인은 원활한 사용을 도우며 경제적인 이익(전자화폐)를 얻게 된다.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박한우 교수는 "3세대 웹에서는 중앙 집중된 온라인 권력이 다수에게 분산된다.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이 인터넷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만큼 인터넷을 단순한 정보 취득 목적 외 윤택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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