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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 (20)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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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천 활용 한국의 美 한땀한땀 수놔…물건 싸고 덮고 쓰임새 많은 팔방미인

보자기.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보자기.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보자기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적 걸작품이다. 헝겊으로 물건을 싸거나 덮기 위해 만든 보(褓)의 일종으로, 그 가운데서 작은 것을 말한다. 네모나게 만든 천으로, 가로 세로의 크기는 1미터 정도인데 팔 너비를 넘지 않는다. 그 용도는 밥상보․이불보․횃대보 등 생활 소품으로 쓰였다. 그런가 하면 기우제를 지낼 때 제단에 치거나 조상의 영정을 싸 두는 등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보자기는 신축이 자유롭다. 보관이나 운반 용구로 사용할 때는 용적을 최대한 이용하다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착착 접어 둘 수 있다. 가재도구로서 적격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 뒤집어 쓸 수 있는가 하면, 위급할 때 손에 쥐고 깃발처럼 흔들어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이 같은 편의성 때문에 두루 쓰이고 있다.

보자기의 대표적인 양식으로 민보에 속하는 조각보와 수보를 꼽을 수 있다. 조각보는 쓰다 남은 자투리들을 활용해 만든 것이다. 즉 폐품 활용이라는 생활 속에서 번뜩이는 지혜의 소산이므로 일반 서민층에서 널리 쓰인 듯하다. 조각보 외에도 조각 천을 활용하여 생활용품을 만들어 쓴 사례가 허다하다. 아주 작은 천 조각으로 골무나 베갯모를 만들었고, 저고리의 앞섶을 작은 오색의 조각으로 꾸미기도 하였다. 조금 큰 조각들은 실패나 상자 등을 만드는 데 썼다.

예쁜 수를 놓은 보자기를 수보라 한다. 수보의 바탕천은 면직물이고, 안감은 명주를 많이 썼다. 수보의 문양으로는 수화문(樹花紋)이 가장 많고, 학이나 봉황 같은 서기어린 새 또는 나비 문양을 놓기도 하였다. 앞에서 든 문양들은 자연물을 단순화시켜 그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신성시 되는 자연물 가운데 하나이다. 수보가 혼례를 비롯한 길사에만 쓰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상서롭고 영험 있는 자연물이 선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자기의 발달을 의례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건을 주고받을 때 물건을 싸거나 덮어 보호하는 한편 아름답게 장식하는 데 쓰였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물건이 깍듯한 예의를 담은 마음의 표현으로 전달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일종의 기복신앙적(祈福信仰的) 요인이 작용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대상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은 일종의 치성을 드리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수를 놓거나 조각 천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만든 보자기는 복을 비는 정성어린 마음의 한 단면일 수 있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보자기에 물건을 싸 두는 것은 복을 싸 둔다는 뜻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예물을 싸던 혼례용 보자기는 이러한 의미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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