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동안 수성아트피아에서 작년에 이어 두번째 '월드뮤직 페스티벌'이 열렸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의 큰 축이었던 뮤지컬, 오페라를 비롯해 재즈, 포크 등 다양한 음악축제와 많은 음악공연이 열리는 대구에서 월드뮤직이 갖는 당위성과 가능성을 확인해준 축제였다.

아프리칸 비트를 바탕으로 한 캐나다, 아이티의 다국적 팀 '웨슬리'의 연주로 축제의 막이 올랐다. 그들의 음악에는 흥겨운 리듬에도 눈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리더 웨슬리의 뛰어난 음악성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 오프닝 무대부터, '인생 최고의 밴드'라는 평을 받으며 아트피아 용지홀을 들썩이게 만든 마지막 팀 체코의 '미디 라비캐드'까지 모든 공연이 특별하고 관객과 하나가 되는 축제였다.
콜롬비아 맨발의 디바 '안젤리카 로페즈'는 전통악기와 리듬의 튼튼한 바탕위에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대중성과 예술성까지 갖추었음을 입증 했다.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온 블루스 뮤지션 '에릭 트리톤'의 무대는 우리의 굿판을 연상시켰다. 이탈리안 백파이프와 전통악기 그리고 잘 다듬어진 전자음악이 함께하는 '칼라시마'는 그들의 고향 남 이탈리아 '풀리아'지방의 민요를 재해석해 고유하면서도 뛰어난 밴드음악을 만들어 냈다. 이탈리아 특유의 서정적 선율과 멋진 가창력을 갖춘 나폴리 출신 다섯 청년 '라 마스케라'의 연주도 돋보였다.

우리 음악인들의 무대 역시 빛났다. 아랍 색채가 강한 아르메니아 민속음악과 록, 모던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융합해 뛰어난 연주를 들려준 '오쎈틱 라이트 오케스트라'와 협연 한 김은주의 가야금은 고수들이 만들어낸 멋진 연주였다.
페르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중국을 통해 들어와 우리 전통악기로 자리 잡은 '양금'은 국악기 중 유일하게 금속 줄 현으로 되어 있는데, 역시 쇠줄 악기인 베이스 기타 그리고 타악기로 편성된 '동양고주파'는 완벽한 합을 이루며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수성월드뮤직 페스티벌이 만들고자 하는 가치 중 하나는 한국 음악의 확장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 소리의 결과 잘 어우러지는 합을 찾기 위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수성아트피아가 국악인들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그룹 '정중동'과 소리연구회 '소리 숲'의 무대는 그러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태평소와 EDM이 함께한 소리 숲의 연주는 한국음악의 놀라운 유연성을 증명했다고 본다. 다만 새 창작작품이 늘 그렇듯 사운드의 완성도와 균형미를 갖추기 위해 더 많은 실험과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이 놀랄 정도로 음악에 적극 호응하는 젊은이들과 외국인 및 가족단위 관객을 비롯해 이번 축제에서 보여준 한국음악의 확장성과 상품성은 수성월드뮤직 페스티벌이 어째서 존재하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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