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최초의 상용 원자력발전소 사업 입찰에 한국이 계속 참여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공동 언론 발표문에도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협력'이 명시됐다. 사우디 원전 건설 진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기대와 함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호기를 날려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교차한다.
사우디는 22조원을 들여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올해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우리가 사우디 최초 원전을 수주하면 천문학적인 특수를 가져올 수 있다. 사우디가 2030년까지 원전 10~17기를 건설할 계획인 만큼 더 많은 원전을 수출할 수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발주 계획이 있는 원전 153기, 건설 중인 원전 57기 등 210기가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원전 1기 건설비가 최소 3조∼4조원에 달해 최소 500조∼60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수십 년에 걸쳐 원전 기술을 축적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형 표준원자로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내 사용을 인증받으면서 기술력과 안전성에서 세계 수준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원전 수출에 나서면서 국내적으로는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우리 정부의 '이중 행보' 탓에 원전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우리가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장기 정비계약 수주액이 애초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인 수천억원대로 떨어진 것은 탈원전과 무관하지 않다.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원전 기술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국내 원전 산업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나라가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꿈이다. 100년 넘게 나라를 먹여 살릴 세계 일류의 원전 산업을 5년 임기의 정권이 붕괴시키는 것이 이 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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