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30년 가까운 불법 토석 채취, 알고도 눈감은 경주시

경북 경주시의 한 토석 채취 업체가 28년 동안 129만㎥의 토석을 불법으로 파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양인 만큼 실제 얼마나 더 많은 토석을 몰래 팠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지난 2017년 업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제기되는 의혹은 눈덩이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불법행위의 지속성이다. 이 업체는 지난 1991년 6월 토석 채취 허가를 받은 뒤 지금까지 129만㎥의 토석을 파냈다. 그에 따른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파낸 양은 흔히 1㎥를 1t으로 보는 계산법에 따르면 최근 국제적 명성을 얻은 소위 '의성 쓰레기산' 17만t의 8배에 이른다.

더욱 의심스러운 일은 과연 이런 불법을 업체 홀로 겁없이 저질렀을까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런 물량의 토석을 불법으로 버젓하게 파내는 일은 비록 느슨하지만 나름 체계적인 관공서의 감시망을 따돌리지 않으면 사실상 힘들다. 관공서와의 짬짜미가 없을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17년 6월 이 업체의 토석 채취 기간 연장 허가를 검토할 때 53만여㎥의 불법 토석 채취 사실을 확인하고도 어떤 행정조치도 내리지 않은 사실은 이런 의심을 더욱 짙게 한다. 관공서의 어설픈 실수가 아니라면 봐주기 또는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경주시가 28년간이나 이 업체의 토석 채취 허가지에 대한 정기 순찰을 하지 않은 사실만 봐도 그렇다.

할 일은 분명하다. 사법 당국이 이런 숱한 의혹을 수사로 밝히는 일만 남았다. 허가권을 가진 관의 자체 감사나 조사는 믿을 수 없게 됐다. 허가와 감시를 둘러싼 업체와 경주시 등 관공서와의 유착 규명과 관련자 처벌은 물론, 업체의 불법으로 얻은 수익의 환수 조치도 필요하다. 공공재인 자연을 사적인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악용하며 망쳤으니 그 대가도 걸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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