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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 <35> 다방 커피…커피 하나, 크림 둘, 설탕 셋!

백조다방
백조다방

커피가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인스턴트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에스프레소 카페라테 카푸치노 아메리카노 같은 고급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커피에 대한 취향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맛과 향기를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루 마운틴 커피는 초콜릿 향이 나면서 우아한 신맛이 특징이다. 자바 커피는 풀 향기와 향신료의 냄새가 강하면서 쓴맛이 난다. 또한 몇 년 전부터 마니아들 사이에서 더치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여전히 다방 커피의 진한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마치 첫사랑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백록다방
백록다방

다방 커피가 제자리를 잡은 것은 6․25전쟁 무렵부터였다. 그 시절 다방은 피난 내려온 문인들과 예술인들이 시름을 달래던 곳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다방은 온종일 진을 치고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원고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 시절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 한잔은 그들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그 시절 대구에는 이름난 다방이 숱하게 많았다. 그 가운데 대구역 앞에 나룻배 시골 야담, 북성로에 백조 모나미 꽃자리 청포도, 향촌동에 백록 호수 살으리, 중앙로에 춘추 서라벌 상록수 향수 아담 성좌 돌체 모카 무랑루즈 몽파리 나포리, 동성로에 보림 맥심 보리수, 남산동 언덕배기에 고려, 원대동에 향초다방을 꼽을 수 있다.

꽃자리다방
꽃자리다방

다방 커피의 특징은 진한 맛에 있다. 그 비결은 커피 한 스푼에 크림 두 스푼, 그리고 설탕 세 스푼이라는 비율에 있다. 거기다 다방마다 독특한 맛을 내는 비법이 있었다. 연초나 담배꽁초를 우려서 섞거나 계란 껍데기 같은 것을 우려서 넣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아침나절에는 '모닝커피'라고 해서, 계란 노른자를 컵에 담아 함께 내놓기도 했었다. "음~, 이 맛~" 하면서 커피 잔을 들고 그윽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안성기의 시에프 대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쓰고 진한 맛이었다.

미도다방
미도다방

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1970년대에 접어들었다. 커피가 숭늉 대신 마시는 음료가 될 정도로 널리 보급되었다. 때맞추어 국내 최초로 동서식품이 인스턴트커피 생산에 성공하자 커피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뒤이어 세계 최초로 커피 믹스가 개발되었는데, 커피 크림 설탕을 소비자의 입맛에 맞도록 섞어서 낱개로 포장한 것이다. 애호가들의 입맛에 맞을 뿐더러, 어디서나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 믹스가 크게 성공하였다. 그 비결은 대구의 다방 커피 비율을 그대로 적용한 데 있다.

진골목에 가면 지금도 그 시절 다방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한 그 시절의 다방 풍경을 만날 수도 있다. 그곳은 대통령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다녀간 집, 미도다방이다. 오늘도 햇살을 쓸어 모우고, 햇살은 햇살끼리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꽃 시절 나비 이야기도 하고, 장마철에 꺾인 상처 이야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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