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짊어진 짐 내려놓을 수 없다'는 조국, 국민은 짐을 지운 적 없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 해서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면서 "많은 국민들께서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점, 뼈아프게 받아들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빗발치는 사퇴 여론에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 뜻이 무엇이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오만, 자신의 딸이 받은 특혜와 특전이 이 땅의 모든 '붕어와 개구리와 가재'에게 입힌 상처가 어떤 것인지 체감하지 못하는 '공감 능력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다.

조 후보자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무엇이 고통스럽다는 것인가? 입만 떼면 '정의'를 외쳤지만 정작 자신과 그 가족의 행위는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비밀이 탄로 난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부정의한 행위를 한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는 것인가.

정말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조 후보자와 그 가족이 아니라 그로 인해 박탈감과 상실감, 배신감을 갖게 된 모든 보통 사람들이다. '붕어와 개구리와 가재'들은 조 후보자 같은 아버지를 두지 못해 고통스럽고, 조 후보자와 같은 '능력'을 갖지 못한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자식을 '용'으로 만드는 '그들만의 비밀 통로'에 접근조차 못 해 고통스럽다. 이들 앞에서 어떻게 고통스럽다는 말이 나오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조 후보자는 자신이 진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고 했지만, 국민은 그런 짐을 지우지 않았다. 내려놓지 말라고도 하지 않는다. 아니 당장 그 짐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조 후보자는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성찰하겠다"고 했다. 이날도 "성찰하고 또 성찰해서 저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듣고 저 자신을 채찍질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물러나지 않겠다'이다.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제대로 성찰하지 못했거나 입으로만 성찰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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