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이다. 1949년 38선에서는 남북 군대 사이에 모두 847차례의 무력 충돌이 있었다. 남쪽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통일(北進統一)을 외쳤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조선노동당위원장이 맞불 구호를 내세웠다. '조국완정'(祖國完整)이다. 즉 조국해방(祖國解放)과 국토완정(國土完整)을 뜻하는 구호다. 이렇게 두 남북 정상은 통일과 완정을 향해 마주 달렸다. 이어 1950년 북한의 6·25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터졌고 3년을 끌었다.
그리고 1953년 7·27 정전으로 다시 38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은 갈렸다. 이후 남북은 경제, 군사, 대규모 국제행사(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과 1989년 평양 세계청년축전)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선(善)순환의 생산적 경쟁 또는 악(惡)순환의 소모적 경쟁을 벌이곤 했다. 또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역사적인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올해는 남북 분단의 현장에서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까지도 이뤄졌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역대 정부와는 특징적인 변화와 일이 숱하게 일어났다. 과거 보수 정권은 물론,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도 다른 차별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나라 안도 그렇지만 우리를 둘러싼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종전과는 사뭇 차이나는 흐름이 분명하다.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 그 맞은편의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도 마찬가지다. 마치 큰일에 흔히 따른다는 일종의 조짐(兆朕)처럼 말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고 빚어진 갈등과 불편한 관계, 특히 한국과 일본 간 경제 전쟁 등 깊어진 아베 총리와의 외교적 갈등,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과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두 강국에 의한 우리 영공 휘젓기 같은 침범, 북한을 에워싸고 뭉친 이들 북중러 공산사회주의 삼각 동맹 국가와의 긴장 관계가 그런 사례다. 하나같이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고 심상찮은 분위기나 다름없다. 문 정부 출범 2년을 지나면서 맞이한 국제 현실이다.
그런데 걱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다. 이 바퀴는 나라 지도자나 국민의 의도나 바라는 대로 구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를 살피면 그런 일은 많다. 특히 우리 역사 수레바퀴는 생각지도, 원하지도 않는 쪽으로 구른 굴곡의 궤적을 여럿 남겼다. 굴곡진 역사에서는 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고통에 시달리는 백성이다. 다른 공통점은 지도자나 집권 세력, 그 주변에 맴돌던 부류는 뒷날을 누린 사실이다.
지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심상찮은 여러 변화는 위기 또는 기회의 조짐일 수 있다. 이는 문 정부와 우리 국민의 몫이자 그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나라 안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한일 경제 전쟁으로 모처럼 뭉쳤던 정치권과 민심이 또다시 갈라지고 있다. 나라 밖은 이런 국내 꼴을 이용, 자국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에 바쁘다. 연일 포(砲) 발사 도발에 나선 북한 움직임도 그러니 한국은 마냥 먹잇감이니 걱정이다.
뭇 변화를 기회의 조짐으로 물꼬를 트는 일은 아무래도 안에서 먼저 찾아야 할 듯하다.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기기보다 국민의 몫이다. 국민이 할 일은 정치권 편 가르기에 멋대로 휘둘리지 않는 자세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어리석음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 청문회, 정치, 반일(反日)운동 등 뭐든 상식적 잣대로 행동해 나라 안팎의 변화를 기회의 조짐으로 돌려 역사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굴려보자. 국민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잘 굴린, 민주화 시위와 촛불 민심도 우린 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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