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사평화의 전당' 착공 코앞인데…노동계·대구시 마찰

자문위원단 회의에서 명칭 변경 제안, 대구시 수용 입장
전당 건립에 힘쓴 한국노총이 위탁운영?…한국노총 “음해 세력의 헛소리” 일축
민주노총·경실련, “노동자 처우 개선 우선, 전당 건립은 치적쌓기용”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단 부지에 지어질
대구 달성군 대구국가산단 부지에 지어질 '노사평화의 전당' 조감도. 대구시 제공

이르면 다음 달 착공을 앞둔 '대구 노사평화의 전당'을 두고 노동·시민단체와 대구시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예정대로 착공한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는 '전시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만 논란이 된 '평화의 전당'이라는 시설 명칭은 조만간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노사평화의 전당' 명칭 변경 가닥

지난 21일 개최한 노사평화의 전당 자문위원단은 대구시에 '평화의 전당' 명칭 변경을 공식 제안했다.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대구경영자총협회·대구참여연대 등과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자문위원단은 그간 4차례 회의를 열어 콘텐츠 구성과 건립 목적 등을 논의해왔다.

명칭에 대한 지적은 사업 초기부터 제기됐다. '노사평화'라는 말 자체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양측이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인데다 분규 원인을 노동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박근식 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노사평화의 전당이란 이름 자체가 이데올로기 편향적이고 노사평화 합의를 내포하는 듯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도 자문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자문위원단 회의에서는 ▷'평화' 대신 '상생'이란 단어를 넣자는 의견 ▷'노동자'라는 세 글자를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는 의견 ▷'노동산업 역사관'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 등이 논의됐다.

안중곤 대구시 일자리투자국장은 "절차상 중앙부처와 협의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명칭 변경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지역사회에서 이름 변경을 희망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12월 대구시청 앞에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제공.
민주노총이 지난해 12월 대구시청 앞에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제공.

◆민주노총·경실련 건립 반대는 풀어야 할 숙제

명칭 변경을 해도 노동계의 반발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위한 사전절차는 대부분 마무리 단계다. 대구시는 조만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개최하고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12월 초쯤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경실련은 기존의 건립 반대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 대구 노동자가 전국 최저 수준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데 '노사평화'란 말을 앞세워 노동자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한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지난 2월 민노총을 초청해 개최한 토론회와 5월 열린 노·사·민·정 관계자 토론회에서도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이길우 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은 "노사평화의 전당을 건립한다고 해서 노사평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지닌 사업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인데 시는 치적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노조 조직률이 5%대에 머무르는 등 대구 노동자 95%가 기본적인 권리도 못 누리는데 전당을 지을 필요성이 있느냐"며 "산단 내에 노동자 편익시설이 필요하면 복지회관이나 비정규직 센터 등을 짓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 안팎에선 평화의 전당 위탁 운영권자가 한국노총으로 이미 내정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구의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한노총 대구지역본부에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공식석상에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적극 건의했다"며 "한노총이든 민노총이든 노동단체에서 운영을 맡으면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 유지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김위상 한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위탁운영 소문에 대해) 한노총을 음해하려고 하는 시각"이라고 일축하며 "대구시와 한노총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위탁을 줄 수 있겠느냐. 위탁이란 것은 공개적인 절차를 거쳐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키워드: 노사평화의 전당=2021년까지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응암리 대구국가산단 부지(5,202㎡)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질 노사 화합을 상징하는 전시관이다. 대구시가 지난 2017년 10월 고용노동부 '평화의 전당 건립 공모 사업'에 선정된 이후 본격 추진됐다. 국비 100억원과 시비 10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