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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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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산부인과 의사인 필자는 인간의 출생 즉 '아기의 첫 울음소리'와 삶의 마지막 모습 즉 '임종'을 모두 경험하곤 한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나라마다 탄생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생각은 다르다. 특히 죽음을 대하는 문화는 나라, 민족, 종교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국민이 임종을 맞이하는 문화도 이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 집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삶을 보냈으나 최근에는 병원에서 쓸쓸이 생을 마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은 자신의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사망자 10명 중 7명꼴로 병원에서 숨지고 그 빈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사망한 한국인 76.2%는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압도적 1위로, 2위인 프랑스가 57%이며 OECD 나머지 국가는 50%대를 밑돈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본인의 집에서 임종을 맞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면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가 대안일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낯설다. 일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1990년대부터 호스피스가 논의되긴 했지만, 제도로 도입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팔소매를 걷어붙인 건 2008년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질병으로 인한 환자의 고통과 증상을 완화시키고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지지를 위하여 전인적인 돌봄을 시행하는 것이다.

호스피스는 원래 중세 유럽에서 여행 순례자에게 숙박을 제공했던 작은 교회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런 여행자가 병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는 경우, 그대로 그 곳에서 치료 및 간호를 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수용시설 전반을 호스피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호스피스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하고도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 활동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즉,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의 가족을 사랑으로 돌보는 행위로 여생 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인 돌봄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며, 사별 후 가족이 갖는 고통과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총체적인 돌봄을 뜻한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이용률은 현재 17.5% 정도로 영국의 95%, 대만의 56%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호스피스 병동은 대개 기대여명이 3~6개월 남은 말기 환자들이 오는 것이 이상적으로 알려져 있다.한국은 임종기 환자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실에 머무는 평균 기간이 20여 일로 짧은 편이다. 의료진도 보호자도 환자도 의료에 대한 '맹신'이 강한 탓에 호스피스에 오는 시기가 늦어진다.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삶-죽음이라는 연결고리를 벗어날 수 없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 죽음이 더 이상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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