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이달 1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렸다. 지난 7월 0.25%포인트(p) 인하를 포함해 올해에만 두 번째다. 저금리 시대에 개인은 대출 방법과 투자처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 투자와 소비 활성화 전망도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돈 언제 어떻게 빌리고, 어디에 맡기나?
대구 북구의 김모(40) 씨는 약 5억원 시세의 아파트 매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주택을 담보로 1억5천만원을 빌려야 하는데, 금리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지만 변동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기간 20년에 원리금 분할상환의 고정금리 상품(2.42~3.92%)으로 대출하면 월 평균 상환액이 81만원이다. 변동금리 상품(3.02~4.22%)은 매월 평균 85만5천원을 갚아야 한다. 달마다 4만5천원의 상환액 차이가 난다.
금리 인하기에 신규 대출자의 고민이 크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부터 변동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이 발생했지만 최근 고정금리가 오르고, 변동금리가 내리면서 역전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0%대 예금금리가 나오는 등 돈을 굴릴 방법도 마땅찮다. 신한은행은 영업점에서 취급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를 0.9%로 낮췄다. 국민은행은 이번 주에 예금과 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우리·하나은행도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국민은행 'KB국민UP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우리SUPER주거래 정기예금', 하나은행 'N플러스 정기예금' 등이 각각 1.5%다.
전문가와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기간이 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며 "금리가 내려갈 때는 배당이나 임대료 등과 같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인컴형 자산'이나 채권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들이 우대금리의 모바일 예·적금을 내놓고 있어서 '온라인 손품'을 판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상품을 찾을 수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자금 유입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구 예금은행의 8월 가계대출 잔액은 29조45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달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2015년 10월(2.4%)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해 들어 0%대(0.2~0.9%) 가계대출 증가율이 7월 기준금리 인하 후 급등했다.
가계대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8월 21조5천306억원으로 7월보다 1.9% 증가했다. 전달 대비 증가율은 2015년 12월(2.0%) 이후 가장 높았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대구의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4.4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6~8월 정체됐던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택 청약시장은 활기가 이어지고,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주택 구입자들을 중심으로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대환 대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인 대구 집값의 하락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홍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 물량은 역대 최대인 5만5천가구에 이른다. 향후 2, 3년 내에 집값 조정 시기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쏠리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 속도를 늦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 투자와 소비 진작 이뤄질까?
국내 부동자금(투자 대기 자금)은 1천조원에 이른다. 통상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부동자금으로 분류한다. 이들 부동자금의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989조6천795억원이다.
대구 예금은행의 경우 8월 요구불예금이 전달보다 2.8% 늘어난 7조5천516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5.9% 줄었다가 다시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닌 부동자금 중 하나다.
이 같은 부동자금에도 지역 기업대출 증가 폭은 축소되고 있다. 대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지난 5월 0.7%, 6월 0.9%를 보인 뒤 7, 8월에 각각 0.4%로 내려갔다. 주력 산업인 대구의 '자동차 및 트레일러' 업종 대출 잔액은 2017년 2분기3조8천715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올해 2분기에 8.9% 줄어든 3조5천269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업 현장의 투자 전망도 어둡다. 연매출 70억원 규모의 성서산업단지 내 한 금속가공업체는 금리가 낮아져도 대출을 받을 계획이 없다. 자동차부품과 기계업종 자체가 어려운 데다 국내 경기가 부진해서다. 이 업체 대표는 "대출 심사가 보수적으로 이뤄져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2, 3차 협력업체들은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 은행들이 향후 매출 증가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금리 인하의 소비 진작 효과에 부정적이다. 대구 한 백화점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나쁜 요인은 아니지만 명품이나 가전, 가구 등의 상품들은 금리와 무관한 판매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개인소득 상황이 좋지 않고,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혀져 소비자들이 오히려 지갑을 닫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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