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날씨에 잦은 화재를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평소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공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기본적인 화재예방 요령과 안전의식, 화재 시 행동 요령을 익힌다면 더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를 먼저 방지할 수 있다면 물론 가장 좋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사는 공동주택 화재의 경우 더 그렇다.
공동주택은 아래에서 위로 타는 불의 성질과 높이로 인한 인명구조의 어려움 때문에 화재에 더 취약하다. 2010년 발생한 부산 마린시티 화재 사고는 공동주택 화재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4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38층까지 타고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다행히 이 사고는 5명의 부상으로 끝났지만, 73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74명이 다친 런던 그린펠타워 화재 사고가 먼 나라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근 5년간 공동주택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는 3.5%에 불과했지만, 인명 피해는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집에서 불이 났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채 아예 대피하지 못하거나 비상구를 비롯한 피난시설을 못 찾아 피해를 입는 사상자들이 많았다.
공동주택 화재가 특히 더 무서운 이유는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히면서도 매우 사소한 이유로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공동주택에서 2만4천85건의 화재가 발생, 이로 인해 285명이 숨지고 1천996명이 다치는 등 모두 2천28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가운데 단순한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61.8%(1만4천872건)로 가장 많았다. 음식물 조리 중에 자리를 비웠거나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셈이다.
화재가 일어난 사실을 알더라도 피난시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2016년에는 지상 13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자 당황한 나머지 발코니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다 추락한 사건도 있었다.
반면 2016년 부산에서 일어난 화재에서는 불길이 현관문까지 번져 큰 위험에 몰렸음에도 침착하게 아파트 발코니에 있는 경량 칸막이를 통해 일가족 3명이 옆집을 통해 대피에 성공했던 사례가 있었다. 피난시설에 대한 정보 제공이 중요한 이유다. 하인리히는 도미노 이론을 통해 "안전교육을 통해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을 수정하면 사고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동부소방서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찾아가는 공동주택 자율 소방안전교실'을 운영하며 대피의 중요성과 초기 대처 방법에 대한 영상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실제 소화기를 활용하여 체험하는 교육을 운영, 관계자 및 입주민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생사는 기본적인 화재 예방 수칙 준수는 물론, 평소 교육과 실습을 통해 화재 시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평소 꾸준한 교육을 받더라도 예상치 못한 화재나 응급상황에서는 배운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자주 화재 예방 교육과 심폐소생술 등 실습을 받고, 주거지역 내 소방시설이나 화재 대비책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만이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에서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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