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빅데이터로 본 2019년] 2019년 온라인에서는... 뭉개진 공정, 내년엔 되살아나길

조국의 공정사회는 집회의 시대로... 학생부종합전형 신뢰성 도마에 올라
프로듀스 101 밟고 올라선 트로트 열풍... 계획이 다 있는 '기생충'의 인기
밥 잘 먹고 교도소에 있었던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애먼 사람 잡았던 경찰은 멘붕
박항서 매직으로 대회마다 축포 터트리는 베트남... 하노이선언도 축포였더라면

'#공정'

교수신문이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상대를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뜻의 '공명지조(共命之鳥)'였습니다만 2019년 온라인을 달군 뉴스를 관통한 키워드는 '공정'이었습니다. 공히 '공'으로 시작하는 말이지만 후자의 '공'은 '공명정대(公明正大)'의 공(公)입니다.

특히 올해는 공정한 과정을 원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조국 사태, 프로듀스 101, SKY캐슬, 버닝썬 등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분출됐지만 '공정'이라는 잣대가, 화두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때 뉴스의 블랙홀이던 이슈들을 공손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조국 #공정사회 #학생부종합전형 #집회의 시대

지난 10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반포대로 위 도로가
지난 10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반포대로 위 도로가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참석자들로 가득하다. 사진 위쪽 누에다리 일대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국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뜻하지 않게 집회의 시대를 열었다. 2016년 촛불집회의 단초가 됐던 정유라의 이름을 빗댄 '조유라'는 조국 장관의 딸이었다. 그의 딸 앞엔 특별전형의 문이 계속 열렸다.

해외에서 중학교에 다니다 외고에 들어갔고,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 것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간 과정은 이질적이었다.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하위권 성적으로 두 차례 유급했음에도 면학독려라는 명목으로 3년 연속 장학금을 받은 건 '특혜'라는 표현 외에 다른 표현을 떠올리지 못하게 했다.

공정사회를 강조하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과거 발언은 한층 부각됐다. 대중은 공정사회를 그에게서 느끼지 못했다. '내로남불'이라는 키워드에 거리감은 없었다. 자녀의 입시에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탓이었다. 표창장 위조, 논문 저자 끼워 넣기 등 서민의 자녀라면 꿈도 꾸지 못할 과정들이 수순처럼 의혹으로 불거졌다.

'현대판 음서제', 실력이 있어도 '아빠찬스'가 없이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죄인으로 끌려왔다. 대통령은 직접 대입 정시 비율 확대를 지시했다.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짜고 친 고스톱 들켜버린 CJ ENM #이런 신드롬 예상했나 TV조선

가수 정다경(왼쪽부터), 하유비, 홍자, 송가인, 정미애, 박성연, 두리, 숙행, 김소유가 지난 11월 29일 충북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리는
가수 정다경(왼쪽부터), 하유비, 홍자, 송가인, 정미애, 박성연, 두리, 숙행, 김소유가 지난 11월 29일 충북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리는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시즌2' 공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한물 간 것으로 보였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트로트를 주류로 끌어올린 공신은 단연 TV조선의 '미스트롯'이었다. 장년층의 '프로듀스 101'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미스트롯'은 2월 28일 첫 선을 보인 이후 목요일 밤을 자신의 시간으로 고정시켰다. 매주 목요일마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이는 '송가인'이었다. 이변도 없었다. 1등에 해당하는 '미스트롯 眞'은 송가인의 차지였다.

반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전이던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공정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알고 보니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문자 메시지로 결정되는 투표 결과가 특정수의 배수로 이뤄진 것을 수상하게 여긴 시청자들이 의혹을 제기한 결과였다.

그룹 엑스원(X1)이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번째 미니앨범
그룹 엑스원(X1)이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첫 번째 미니앨범 '비상 : 퀀텀 리프(비상:QUANTUM LEAP)' 발매 데뷔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던 모습. 연합뉴스

무엇보다 10대 사이에서는 가히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파급력이 막강했던 '프로듀스 101'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나면서 10대들은 국민프로듀서를 구호로 삼았던 방송국의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국민프로듀서를 모신다며 순도 높은 참여도를 끌어냈지만 정작 방송국이 골라놓은 이들이 뽑히는 수순 탓이었다.

◆#밥은 먹고 다녔던 화성연쇄 살인범 #정준영 단톡방만 탈탈 털었던 버닝썬사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 손에 들린 사진 속 인물이 극중 용의자였던 박현규(박해일 분). 사진출처=네이버영화

난데없는 키워드라 여겼던 '화성연쇄살인범'이라는 검색어가 실체적 진실로 다가온 건 2019년 9월 18일 오후 7시 40분쯤이었다. 30년이 훨씬 넘는 세월에 크게 변하지 않은 범인의 얼굴이 공개됐다. 사건이 발생한 1986~1991년 사건 현장 인근에 살고 있었던 56세의 '이춘재'였다.

이춘재는 다른 범죄로 교도소에 있었다.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당시 20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복역중이었다. 처제를 살해한 수법은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죄 수법과 흡사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지난 11월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자백은 억울한 옥살이의 증거가 됐다. 1988년 있은, 유일하게 범인이 검거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 털어놓은 것이다. 덕분에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이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서울 강남구의 유명 클럽 '버닝썬' 출입구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개월간 압도적인 이슈 점유율을 보였던 '버닝썬'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 성추행 당한 여성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성추행범으로 몰리고 경찰에게까지 폭행당한 피해자 사건에서 촉발된 버닝썬 사태는 마약, 탈세, 성매매, 경찰 비호 등 각종 의혹이 이어져 게이트로 비화되는 조짐을 보였으나 '정준영 단톡방'에서 끝날 조짐이다.

◆#SKY캐슬 #어머님 들이셔야 합니다 #기생충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2019년의 드라마 중 단 하나를 꼽으라면 'SKY캐슬'이었다. jtbc 금토드라마의 인기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을 받으며 사회적 신드롬으로 이어졌고 '입시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의 생소함보다 'SKY캐슬'의 유별남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등장한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등장한 'SKY 캐슬' 드라마 사진. 연합뉴스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예술성 높은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한다는 비공식적 공식을 깼다. 1천만 관객을 넘겼다. 다음 달 5일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감독·각본·외국어영화상 3개 부문에도 후보로 올라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축구 #박항서 매직 #하노이선언 불발

올해 베트남은 2002년의 향수로, 떠오르는 관광지로 트랜드의 중심에 있었다. 불발탄이 된 하노이선언이 성공으로 귀결됐다면 베트남은 2019년의 우선 키워드였을 것이다.

올해 초 있은 아시안컵 축구대회는 우리 축구대표팀보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던 대회였다. 박항서 매직을 직접 보려는 축구마니아들은 우리 대표팀 경기 못지않은 시청률로 관심을 입증했다.

지난 1월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청률과 검색량으로 보자면 한일전에 밀리지 않았다. 특히 베트남이 일본과 맞붙은 대회 8강전은 미니 한일전이라 불러도 좋았다. 시청률은 폭발했다. 같은 경기를 중계한 채널을 모두 합하면 19.3%였다. 인기드라마의 시청률 기준이 20% 안팎임을 감안하면 높은 관심이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모습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 '투지'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대회에서 우리는 졸전을 거듭하다 8강에서 카타르에 졌다.

하노이선언은 아쉬웠다.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만나 악수를 나눴던 싱가포르가 누린 홍보 효과를 베트남은 누리지 못했다. 수개월 전부터 불었던 훈풍에 '소문난 잔치'라는 말까지 나왔던 잔칫상에 막상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다. 언론은 당황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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