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 화(火)를 막는 세 가지 소원

신기선 대구 중부소방서장

신기선 대구 중부소방서장
신기선 대구 중부소방서장

최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알라딘에서 주인공인 알라딘은 램프의 요정에게 3가지 소원을 빌어 자스민 공주와의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나도 세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어떤 소원을 빌지 고민을 해보게 되었고 다가오는 설 명절을 화재로부터 안전하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시민들에게 바라는 세 가지 소원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시민들에게 바라는 소원은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감지기를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9월 관내 주택 내 간이창고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마침 인근 복지관 직원들이 화재를 목격하고 주변 소화기를 이용하여 초기 진압하여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뻔한 걸 생각하면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릴 만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에 그 상황에서 소화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상황들을 보면 작은 소화기가 화재 초기에는 소방차 한 대의 힘 이상을 발휘하는 걸 알 수 있다. 안전하고 즐거운 설 연휴를 위해 가족, 친척, 지인들에게 소화기와 감지기를 선물해 보았으면 한다.

두 번째 소원은 화재 출동 시 신속한 출동을 위해 주택가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TV나 SNS에서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던 주택 화재에서 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골목길 내에 불법 주정차가 없어 신속한 출동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출동할 때 골목이 막혀 있었다면 초기에 소화기를 사용하여 화재를 진압한 직원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명절 연휴의 특성상 주택가나 골목에 주차를 하다 보면 길이 좁아지는 상황이 불가피하겠지만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를 확보해준다면 그것 또한 화재 예방에 동참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소원은 장기간 외출 시 콘센트를 필히 확인하는 것이다. 가전제품들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한 개의 콘센트에 여러 가지 제품들을 꽂아서 사용하여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명절의 경우 고향 집 방문, 여행 등으로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화재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설 연휴 기간 중 단독(연립)주택 등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가 182건, 181건이며 그중 전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화재는 각각 39건, 33건으로 화재의 18~21% 정도에 달하는 수치다.

이런 통계들을 본다면 꼭 장기간 외출이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콘센트 사용을 줄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 속 알라딘은 세 가지 소원을 통해 자신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을 바꾸는 데 그쳤지만 화재 예방을 위해 간절히 바라는 세 가지 소원은 대한민국 전체에 즐겁고 안전한 명절 연휴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소원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번 명절은 우리 모두 화(火)내지 않는 행복한 명절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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