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올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나요? 날씨가 설날 치고는 유별나게 따뜻해서 바깥활동하기 나쁘지 않았었던 것 같은데요, 그래도 설 연휴 여가를 보내는 데에는 영화만한 것도 없죠. 설날 특선영화를 뒤로하고 명절 음식에 무거워진 엉덩이를 들어올려 영화관으로 간 분들이 이번 설 연휴에 가장 많이 선택한 영화는 '남산의 부장들' 이었습니다.
박스오피스 집계를 살펴보니 '남산의 부장들'은 이번 설 연휴 4일동안 263만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영화가 다룬 소재가 소재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산의 부장들', 바로 지금 국정원의 전신이었던 '중앙정보부'의 부장을 이야기하는 말이죠. 이 영화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기 전까지 40여일간 있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하긴 한데,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탄 차가 남산 중앙정보부로 가다가 유턴해 육군본부로 가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이 영화는 실제보다 각색된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동아일보'에 1990년 연재된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책에 기반한 영화이긴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 이름은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그리고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사망에 대한 여러 가지 설 중 '양계장 암살설'을 약간 변형해 따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각색된 부분이 꽤 많습니다만, 더 밝히면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 내용 다 까발리면 우리 뭐 먹고 사냐'고 영화사에서 전화 올지도 모르니 일단 요 정도만 말씀을 드릴게요.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이 영화가 얼마나 당시 사건을 정밀하게 묘사했느냐'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영화 속 배우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지를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구인지 보니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이더군요. 지난번 '마약왕'의 평이 좋지 않았었는데 이를 딛고 고전적인 의미의 정치 스릴러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병헌 배우의 연기에 대해 그닥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보여준 이병헌 배우의 연기는 '김규평'이라는 인물의 세밀한 감정도 놓치지 않고 표현하려는 노력이 너무 돋보였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연기의 폭 자체가 확 넓어졌고, 그 폭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마 '남산의 부장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역할을 맡은 이성민 배우의 싱크로율도 놀라웠습니다. 현존하는 연기자 중 박정희 대통령과 가장 많이 닮은 배우가 바로 이창환 씨거든요, 그 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경호실장 역할의 이희준 배우도 '정말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몸을 불려가면서까지 연기 투혼을 보여, 그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 중 하나였던 이대근 배우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남산의 부장들'을 선택하기 주저하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각색된 부분이 많고, 또 최대한 중립적으로 다루려했던 흔적이 곳곳에 배어나오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이 사건을 조사했던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의 수사결과 발표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최후진술을 차례로 들려줘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그 판단의 몫을 돌립니다. 또 '남산의 부장들'은 굳이 당시 역사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다양한 첩보전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같은 첩보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 오늘은 재미있는 영화 한편 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음에도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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