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서 확진자 나오면 동·호수 공개?…"매뉴얼 없다"

대구시민 60% 공동주택 거주, '코로나19' 매뉴얼 없이 사실상 각 관리사무소에 위임
확진자 나오면 이웃주민 알려줘야 하나?, 방역 수요 급증에도 대책 '감감'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관리사무소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관리사무소가 폐쇄됐다. 김윤기 기자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관리사무소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관리사무소가 폐쇄됐다. 김윤기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무더기로 발생하는 가운데 대구시의 공동주택 관리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감염자로 인한 직장폐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대구시민 60%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은 구체적 지침 없이 사실상 각 관리사무소에 대응을 맡긴 상황이어서다.

대구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A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21일 주민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병상이 부족해 23일까지 자택에서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확진자 발생 소문이 퍼지면서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몰려와 확진자 동·호수를 물었지만 알려주지 못했다. 직장은 밀접접촉자를 알려주는데 공동주택의 경우 어떻게 해야할 지 혼란스러웠다"며 "또 방역 당국이 아파트 내부는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확진자 발생상황을 대비한 명확한 업무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관련당국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응방안을 묻는 웃지 못할 상황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4일 관할구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공문을 받았는데 지침을 주긴커녕 아파트 단지 자체 방역 대책을 회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주객전도'란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일선 구청 관계자도 부실한 대응지침을 시인했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승강기 버튼 및 손잡이 소독, 코로나19 감염 유의 방송 하루 2차례 이상 실시 등 예방 대책은 세웠지만 실제 환자나 밀접접촉자 발생 시에 대한 대비책은 없는 상태다. 대구시에서도 구체적 대응은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로 문의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확진자 증가세 속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감염되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는 것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사무실과 당직근무자 모두 최소인원으로 운영 중인 상황에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될 우려도 있다.

24일에는 수성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관리사무소가 잠정 폐쇄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28일쯤 월말 결제안을 만들어 세대별관리비를 부과하고 각종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요즘 몹시 민감한 시기다. 야간당직근무에 지장이 생기면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나 화재 대응도 곤란해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폭증하는 아파트 방역수요도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방역업체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공동주택과 일반 상가 건물을 가리지 않고 방역 문의가 빗발치는 중"이라며 "대구시에 확진자 거주여부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아파트의 경우 방역을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작년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난 것 같은데 소독약이 부족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관계자는 "각 구군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수합하고 주택관리사 등 전문가 집단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향후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해 각 구·군에 전달하고 방역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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