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내 한 방송사가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팀과 함께 흥미로운 실험을 벌였다. 방청객 100명을 스튜디오로 초대한 뒤 '어느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부정적 소문과 '어느 연예인이 아이를 입양했다'는 긍정적 소문을 슬며시 흘렸다. 실험 결과 나쁜 소문을 들은 방청객은 80%를 넘었지만, 좋은 소문을 들은 이는 10%대에 그쳤다.
우리 속담에 '나쁜 일은 천 리 밖에 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소문은 걸어가고 나쁜 소문은 날아간다고 했다. 나쁜 소식일수록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 시난 아랄 미 교수가 가짜 뉴스 전파 속도를 실증 분석한 결과도 곽 교수팀의 실험과 일맥상통했다. 그가 2013년 트위터 450만여 건을 분석해 보니 가짜 뉴스가 퍼져 나가는 속도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랐다.
사람이 나쁜 소식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은 본능이다. 수렵시대부터 인류는 생존을 위협하는 포식자와 위험 요소를 빨리 파악하게끔 진화해왔다. 불안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은 나쁜 소문에 더 민감히 반응한다. 곽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봐도 불안감이 높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4배가량 소문에 귀를 더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구촌에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다. 가짜 뉴스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방해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 미국 TV 쇼의 한 진행자는 은(銀) 성분이 코로나19의 특효약이라고 속여 13만 명에게 제품을 팔았다. 이란에서는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거짓 정보를 믿고 공업용 알코올을 마신 36명이 숨졌다.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에서는 소 분뇨에 몸을 담그고 목욕하는 황당 예방법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허위 정보에 솔깃해지고 집단의식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국내 한 교회에서는 예배 신도들에게 코로나19 예방 조치라며 분무기로 소금물을 입에 뿌렸다. 거짓 정보를 믿은 무지의 소치였고 결과는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 역사 이래 돌림병이 창궐하면 늘 가짜 뉴스가 횡행했다. 바이러스는 육체를 감염시키고 가짜 뉴스는 정신을 마비시킨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짜 뉴스 바이러스, 두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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