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인구가 최근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명 단위이기는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게 '상식'이 돼 버린 대구에서 희한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4월 2일 기준 대구시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43만2천883명이었던 대구 인구는 3월 243만3천568명으로 685명 늘었다.
이는 이전인 1월(243만6천488명)에서 2월로 넘어가며 3천605명이 감소, 지난해 12월(243만8천31명)에서 올해 1월로 넘어가며 1천543명이 감소, 지난해 11월(244만1천581명)에서 12월로 넘어가면 3천550명이 감소하는 등, 최근 꾸준히 네자리수 단위 인구 감소가 이어진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대구 인구는 2000년 초 정점을 찍었다. '대구 인구=250만명'이라는 수식이 굳어진 배경이다.
2000년 252만4천253명을 기록한 후 꾸준히 내림세에 있다. 이어 2013년 250만2천여명을 기록한 이후로는 250만대도 깨졌다.
물론 대구 인구는 계속 '약' 250만이라는 수식을 인식의 바탕에 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역시 2018년 246만2천여명에서 2019년 243만8천여명으로 인구가 급감하면서, 즉 반올림을 해도 250만이 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저 수식은 더는 쓰지 못할 상황에 임박했다.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갈 때 보인(3만6천여명 감소) 흐름이 오는 한 해 더 반복되면, 대구 인구는 240만명도 깨지게 된다.

▶그러다 2020년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며 인구가 증가하는 통계가 나와 눈길이 모인다.
이 기간 동안 8개 구·군별로 인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직전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면서는 8개 구·군 모두 인구가 감소했다.
그랬다가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면서는 이렇게 반전됐다. (뒤의 괄호는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면서 감소한 인구 수)
중구 (2월)7만7천151명 → (3월)7만7천136명 = 15명 감소 (1월→2월 131명 감소)
동구 34만3천756명→34만3천933명 = 177명 증가 (1월→2월 1천75명 감소)
서구 17만4천389명→17만4천42명 = 347명 감소 (1월→2월 414명 감소)
남구 14만7천938명→14만8천83명 = 145명 증가 (1월→2월 119명 감소)
북구 43만6천530명→43만6천847명 = 317명 증가 (1월→2월 659명 감소)
수성구 42만8천729명→42만8천777명 = 48명 증가 (1월→2월 41명 감소)
달서구 56만7천716명→56만7천978명 = 262명 증가 (1월→2월 947명 감소)
달성군 25만6천573명→25만6천772명 = 199명 증가 (1월→2월 19명 감소)
동구, 남구, 북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 등 6개 구·군에서 인구가 각기 늘었다. 중구, 서구 등 2개 구에서는 인구가 이전처럼 줄었다.
앞서 달성군이 신규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며 대구 다른 지역과 달리 꾸준히 인구가 증가한 바 있다. 올해 1월까지 이 흐름을 보이다가,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며 오랜만에 인구가 소폭 감소(1월 25만6천792명에서 2월 25만6천573명으로 219명 감소)했다가,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며 이전의 증가세를 되찾았다.
달성군 통계만 보면 기존 증가세 회복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다. 그러나 2월에서 3월로 증가로의 전환은 중구와 서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들에서도 나온 것이라 시선을 잡는다.
특히 동구의 경우 전달 같은 기간 1천75명이나 줄었던 게 상쇄돼 177명이 증가하는 통계를 보였다. 전달 같은 기간 달서구도 947명 감소했던 게 262명 증가로, 북구도 659명 감소했던 게 317명 증가로 바뀌었다.
사실 중구와 서구도 기존 감소세가 줄어든 것이다. 전달 같은 기간 중구는 131명 감소했던 게 15명 감소로 확 줄었다. 다만 서구는 전달(414명 감소)과 이달(347명 감소)이 비슷한 수준이긴 하다.
▶직장과 학교를 찾아, 특히 청년층 중심으로, 대구에서 가까이는 구미 등 경북으로, 멀리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가는, 대구를 떠나는 인구는 매달 발생한다.
이를 상쇄하는 걸 넘어 오히려 증가로 이끈 요인은 무엇일까?
대구처럼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부산은 지난 1월→2월이나 2월→3월이나 계속 인구가 줄었다. 부산의 1월 인구는 341만1천818명으로 2월까지 894명이 빠져 341만925명이 됐다. 이어 3월까지 993명이 빠져 340만9천932명이 됐다.
부산과 비교해도 대구의 2월→3월 인구 증가는 특기할만하다.
대구에서 최근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올해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늘어나 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다.
대구 전체 아파트 입주 물량(2019년 11월까지 분양 공고 기준)은 지난해 7천81가구에서 올해 1만4천484가구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어 2021년과 2022년에도 비슷한 수준인 각 1만4천여가구의 입주 물량 발생이 예정돼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추진돼 온 재개발이 분양에 이어 입주로 속속 이어지고 있고, 이게 이번 통계에 영향을 줬는 지에 관심이 향한다.
2~3월은 사실 봄 이사철로 이사 성수기이다. 이게 대구 곳곳 아파트 입주와 연동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적었던 지난해 대구의 2월 인구는 245만8천13명, 3월 인구는 245만5천829명으로, 2천309명이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2~3월은 좀 다르다는 얘기이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봄 이사철 특수 자체가 사라졌다는 현장의 얘기도 있다.
그리고 올해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3월보다는 4월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한 달 앞서 나타난 인구 증가 통계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3월 신학기를 앞두고는 자녀의 학교 문제 때문에 입주 전 전입 신고를 미리 하는 경우가 흔하고, 이게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좀 더 넓게 보면, 아파트 입주에 따른 인구 이동은 역외(대구 밖에서의) 인구 유입과 함께 역내(대구 안에 머무는) 인구 이동도 포함하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만 갖고는 이번 통계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서울 인구를 신도시 아파트 입주 물량으로 계속 빨아들이는 경기도와 비교하면, 대구는 그런 현상이 지금껏 눈에 뛸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국 인구 이동이 정체되면서, 대구에서 학업과 취업 등을 위해 빠져나가야했던 청년층 중심 인구가 잠시 고향에 머물게 된 영향이 없지 않다는 풀이도 제기된다.
이번 통계를 연령별로 보면 대구 인구 가운데 20대(20~29세)가 2월 32만1천487명이었는데 3월 32만2천594명으로 무려 1천107명 늘어난 부분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는 신학기 대구권 대학 신입생과 복학생 등의 전입 인구를 포함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1년 전인 2019년 2월과 3월의 대구 20대 인구를 살펴보면, 당시 2월 32만8천884명에서 3월 32만8천487명으로, 오히려 357명 줄었다. 대학이 신설된 것도 아니기에, 올해는 좀 다른 상황이라는 것.
평소 들어올 인구는 적은데, 빠져나갈 많은 인구는 꽤 잡아두면서, 이게 통계상 인구 증가로 보여졌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구시민에게 코로나19를 이유로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하고, 앞서 특별재난지역으로도 선포되면서 예비군 훈련이 면제되는 등 여러 혜택이 있어 전입 신고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들 혜택 모두 공고일 기준으로 그 이후 전입 신고를 한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 혜택 관련 소식을 접한 후 하는 전입 신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전입 인구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얘기.
특히 예비군 면제와 관련해서는 주 적용 대상인 20대 중반~30대 초반 남자 인구 추이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예비군 적용 대상이 아닌 같은 연령대 여자 인구도 함께 살펴보자.
대구 25~29세 남자 인구는 2020년 2월 8만6천124명에서 3월 8만6천622명으로 498명 늘었다.
대구 25~29세 여자 인구는 2020년 2월 7만2천614명에서 3월 7만3천12명으로 398명 늘었다.
대구 30~34세 남자 인구는 2020년 2월 7만2천564명에서 3월 7만2천566명으로 2명 늘었다.
대구 30~34세 여자 인구는 2020년 2월 6만2천856명에서 3월 6만2천846명으로 10명 줄었다.
예비군 면제 이슈가 다르게 적용되는 남녀간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예비군 면제 혜택은 빼더라도 [자금 지원 등 다른 혜택이 예상되기 때문에+어차피 학업과 취업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어려워=대구를 떠나지 않은] 기존 대구시민은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층이 중심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매달 꾸준히 나오던 전출 인구가 평소보다 소폭 감소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진행될까? 예정된 아파트 입주 및 그에 따른 전입 신고는 분명 상수이고, '전국 인구 이동 정체=대구 인구 유출 둔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는 변수로 분석된다. 이 두 요소가 상쇄되며 당장은 대구 인구의 소폭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이게 다음 달(3월→4월)에도 계속 이어질 지, 아니면 이번에만 '깜짝' 통계를 만든 것인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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